수필가

[충청매일] 아침 일찍 절친한 친구로부터 전화 알림이 왔다. 5년 전 저세상으로 떠난 부인 기일이라 음성에 있는 산소에 간다고 하는 슬픈 소식이다. 평소에는 농을 자주 즐겨하는 사이지만 그 문자를 보는 순간 뭉클하고 숙연한 마음이 들어 잘 다녀오고 저녁에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안쓰러운 생각을 하며 아내에게 이야기하니 같이 가보지 그러냐고 해 그럴까도 했지만 친구 혼자 가는 게 나을 듯싶어 마음만 보냈다.

친구하고는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이었지만 그는 군인의 길을 가 전방에 근무하는 관계로 자주 못 만나다 소속된 부대가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면서 왕래가 잦아졌다. 그 친구하고는 부인 생전에 몇 번 만났는데 부부사이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흔한 말로 잉꼬 부부였다.

부인이 직속상사의 외동딸이었는데 결혼 전 상사에게는 물론 당사자에게 엄청난 구애 속에 성공했다는 러브스토리를 자주 들었다. 그런 관계도 있지만 아마 전방에 있다 보니 남모르는 부부간 애틋한 정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사별한지 5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한 달에 몇 번씩 툭하면 가깝지 않은 그곳을 찾고 있으니 친구의 마음과 그간 부부간 담아놓은 정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이 친구는 고향이 수안보인데 고등학교를 청주로 와 객지에서 1학년 때부터 가정형편상 자취를 하면서 신문을 돌려가며 어렵게 공부를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직업군인으로 근무하며 알뜰살뜰 모아 집도 장만하고 아이들 성장시키고 이제 겨우 살만하게 되자 함께 동고동락한 아내가 유명을 달리 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친구말대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란 생각에 고개가 숙여진다.

친구의 애틋한 사연에 항시 마음 한구석 짠하다. 이런 친구가 있는가하면 요즘은 졸혼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나고 결혼에 대한 관념이 흐려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다. 불가에서는 길가다 옷깃만 스쳐도 큰 인연이라고 했지만 부부의 연은 인연 중에 인연으로 이 세상 그 어떠한 연보다 소중하고 귀한 인연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그 소중한 인연을 일상의 거리에서 스치는 만남처럼 하찮게 봐서는 결코 안 되고 서로가 존중하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의 본보기다. 직장생활 할 때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했던 말을 꼽으라면 ‘가정생활 잘하란’이야기였다. 근무시간에 가정 이야기하면 가급적 도우려 노력했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듯이 가정이 편해야 직장에서 일을 잘할 수 있고 한 가정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남이 만나 살다보면 다양한 의견차이도 있고 충돌이 없을 수가 없는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지혜롭게 살아야하기 때문에 경영이라 했다.

친구부인의 기일을 맞아 다시금 부부의 인연과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친구의 행복을 기원하며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다정한 친구야 ! 그 슬픔과 고통 속에 지금까지 잘살아줘 고마운데 앞으로도 더 힘차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씩씩하게 살았으면 하는 친구의 바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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