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달은 밤마실을 나갔는지 별빛만 흐릿하니 어둡다. 하던 일이 늦어져 어둑어둑 해질 때서야 집으로 출발했다. 어두움에 길조차 흐릿하다. 무서움에 떨며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큰 느티나무가 맞이해준다. 반가워야할 느티나무가 무섭게 느껴진다. 몸에 새끼줄을 둘둘 감고 있어 더욱 무섭다. 평소엔 친근감이드는 마을 수호목인데 오늘따라 유난히 무섭게 맞아준다. 오는 동안 길가에 가로수가 많이 있었는데 의식하지 못했었다. 마을에 다다라 마을을 알려주는 느티나무인지라 반가워야 하는데 그렇지가않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나무와 함께해왔다. 제일 먼저 금줄에 숯을 매단다. 첫 만남이다. 성장하며 나무로 자치기를 하고 대나무로 물총을 만들어 물놀이를 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식목일이 되면 학교주변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을 했다. 그 나무들은 우리와 함께 성장하여 꽃과 과일 목재 땔감을 공급해주어 생활에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언제나 우리 주변에서 밀접한 관계를 갖고 함께 해오고 있다.

나무는 항상 우리 곁에서 함께 생활해오고 있다. 도움을 주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공존하며 살고 있다. 사람이 있는 곳에 나무가 있다. 아니 나무가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 사람의 생활터전으로 집을 짓고 나면 주변을 나무로 조경을 한다. 집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나무는 우리를 따뜻하게 해준다. 옛날 우리들의 땔감은 유일하게 나무였다. 추운 겨울이면 너도나도 지게를 짊어지고 산에 올라 땔나무를 한 짐씩 해온다. 밥을 해먹고 군불을 때고 거기에서 나온 숯을 화로에 담아 방안에 두고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긴 겨울밤을 따뜻하게 지냈다.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다 땔감으로 사용하다보니 산마다 민둥산이 되었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 부른 결과다. 그 결과 피해는 산사태와 홍수로 인간이 떠안게 되었다. 늦었지만 그때부터 삼림보호를 외치며 나무심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실시했다. 서로 상호관계를 갖고 베고 심었어야했는데 욕심 없는 나무를 인간이 너무 학대하고 이용한 결과였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낚시와 인생은 기다림이라 했다. 수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는 더한 인내심을 가지고 심어야 한다. 오늘 내가 심은 나무는 다음 그 다음 대를 보고 심어야 한다.

나무도 정서가 있다. 즐거울 땐 웃으며 춤을 추고 슬플 땐 눈물을 흘린다. 집안이나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나무도 슬픔에 젖어 가지를 축 늘어뜨린다. 마을 수호신으로 마을을 지켜왔고 재앙이 다가오면 며칠 전 부터 신호를 주어 이를 미리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태어나 숯과 처음 인연을 맺고 일생을 살다가 늙어 죽게 되면 산에 매장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장하여 나무 아래 묻히게 된다. 곧 나무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무와 함께하고 있다. 한 가지 그들은 인간보다 수명이 길어 우리 인간들의 삶을 내다보며 지난날과 같은 과오를 또 범하지 않게 지켜주고 바른 길로 인도해 주고 있다. 우리 인간에게 신과 같은 존재라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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