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여섯 살 아들은 요즘 들어 바른 말을 잘 해서 자주 나와 남편을 놀라게 한다. 지난 현충일에 있었던 일이다. 어린이집에서 현충일에 대해 배웠는지 “엄마,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절을 해야 해”,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신 거야?” 등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하며 “엄마, 내일은 태극기 달아야 해. 알았지?”라며 나에게 태극기 게양에 대해 신신당부를 했다.

그런데 현충일 당일 사무실에 일이 있어서 아침에 나갔다 점심때 돌아온 나를 보자마자 “엄마가 없어서 태극기를 못 달았어!”라며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남편도 오랜만에 늦잠을 자느라 태극기를 못 달았는지 멋쩍어 했다. 미안하다고 지금이라도 태극기를 달자고 겨우겨우 달랬더니 그제야 울음을 그치는 아이를 보고, 아이는 저렇게 태극기 게양에 관심을 갖고 현충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하는데 어른인 나는 너무 무관심하고 태극기 게양을 형식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얼마 후 대천해수욕장에 놀러 갔는데 저녁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폭죽을 터뜨렸다. 두 대의 경찰차가 지나가며 폭죽 사용 중단을 요청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폭죽을 터뜨리고 있었다. 폭죽에서 유해 물질이 나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말까지 하며 폭죽 사용 중단을 요청하는 경찰들의 말을 대다수의 어른들이 무시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이들은 부모들에게 “왜 어른들은 경찰 아저씨 말을 안 들어요?”라고 하고, 아들도 우리 부부에게 “경찰 아저씨가 하지 말라고 하는데 왜 계속하는 거야?”라고 질문을 하는데 얼굴이 뜨거워졌다. 폭죽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경찰의 목소리와 이를 무시하는 폭죽 터지는 소리, 그리고 왜 어른들은 경찰 말을 안 듣느냐는 어린아이들의 소리 속에서 우리 가족은 그 자리를 빨리 뜰 수밖에 없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는 어른 말을 잘 들어야 하고 규칙과 규범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어른들 스스로는 규범을 지키지 않는 언행불일치의 모습을 보인다.‘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한다. 이 말은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학습하며 따라 하기 때문에 부모의 모습을 반영하고,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관심 있어 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며, 부모가 하는 행동이 올바른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그 행동을 따라 한다.

나의 행동이 내 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생각을 해봤다. 나의 행동들이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동안 잘못했던 행동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항상 바른 생활만을 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내 아이가 엄마의 행동을 지적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어른이 돼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무단횡단하지 않기, 교통신호 잘 지키기,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 등 기본적인 규범부터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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