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때 이른 추석으로 제때 출하되는 과일 수요가 줄어들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이런 가운데 추석명절 이후 사과·배·단감 등 주요 과일의 가격 하락세가 심상찮다. 출하를 해도 생산원가는 고사하고 작업비 조차 건질 수 없다는 농가들의 하소연이 늘어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과일 출하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때 이른 추석으로 인해 과일의 수요시기가 지났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 과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산지출하조직과 농가들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는 기상조건이 양호해 과일 농사가 모처럼 풍년을 이룬 반면, 경기침체와 이른 추석 등의 영향으로 소비는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쳐 추석대목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창고마다 재고 과일이 가득 쌓여 있는 상황에서 과일 값마저 끝 모를 추락이 될 것으로 보여 농가들의 주름살이 깊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올해 이른 추석으로 일부 농가에서는 추석을 대비해 과수출하를 위해 조기 출하에 따른 비용을 제쳐두고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판매량이 예상치를 밑돌은 것으로 파악 됐다.

이 같은 상황에 제 때 과일이 출하되면서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추석에 우리 농산물만 제사상에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알고 살아온 기성세대에 비해 요즘은 멜론과 바나나 등 수입과일까지 제사상에 올리니 우리 농산물의 수요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 농산물의 대표적 과일이라 할 수 있는 사과의 경우 올해 추석이 일러 ‘홍로’ 품종만이 추석대목 기간에 유통됐을 뿐 지금은 추석에 팔고 남은 ‘홍로’는 물론 ‘양광’, ‘히로사끼’, ‘시나노스위트’ 등 후지 조숙계통의 이른바 ‘잡사과’들까지 한꺼번에 출하되고 있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사과는 10월 중순경부터 최고 주력 품종인 ‘후지’가 출하되는데 현재의 가격 약세가 ‘후지’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역시 커지고 있다.

실제 예년 같으면 추석을 전후해 산지수집상들이 ‘후지’사과를 사려고 농가를 찾아오는 일이 잦았지만, 올해는 산지수집상들조차 발걸음이 거의 없다는 게 재배농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추석의 상징적인 풍경으로 동네 어귀에 누렇게 익은 감나무 풍경과 밤송이가 벌어져 속에는 알밤이 가득 들어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올해는 때 이른 추석으로 파랗게 달려있는 감과 무언가 사회에 불만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듯 입을 꽉 담은 밤만 보았다.

이제 본격적인 제 때 과일 출하시기가 돌아오지만 정작 과일 수요처가 없어 농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게 됐다.

과거가 우리 경제가 어려워 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맞이했을 때 온 국민들이 보여준 ‘금 모으기’ 운동은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다시금 그때 국민들의 한마음을 보여줘야 할 상황이다. 이제는 우리 농산물 소비로 수요처가 없어 발을 구르는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줘야 할 때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농사는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온 국민이 우리 과일 소비 운동으로 천하지대본인 ‘농(農)’을 되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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