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충청매일]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불로장생(不老長生)하는 사람은 없다. 노화의 길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이다. 다만 노경(老境)에 이르러 어떻게 사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일까‘하는 것이 문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지만 아내와 나의 여생지락(餘生至樂)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나의 일상생활은 아침 걷기운동이 마치면 서실에서 붓글씨 쓰는 일과 글 쓰는 일에 매일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아내는 나를 보고 “삼식(三食)이”라 부른다.

도시의 경로당은 노인들이 모여 잡담이나 하고 장기, 바둑, 화투놀이나 즐기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보건소와 복지관에서 순회 강사를 파견해 건강 검진, 치매예방 교육을 하고, 노래교실, 에어로빅 및 건강 체조, 복지관만은 못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때로는 외식도하고, 생일파티도 한다. 봄, 가을 나들이도 하고 이웃과 소통을 통해 친목을 돈독히 한다. 또 청소와 봉사활동도 5명씩 조직해 당번활동은 물론 몸이 아파 못나오는 회원 병문안을 하는 등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활력소가 돼가고 있다. 그래서 경로당에 나아가 활동을 함으로 해서 노후를 아름답고 우아하게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편안한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래야 노인 각자의 삶의 가치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전체인구의 7%를 넘어(2000년) 고령사회가 된지 19년 만에 14%(2019년)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는 저 출산의 원인도 있겠지만 노인들의 평균 수명이 72.9세(2000년)에서 82.7세(2019년 보건복지원)로 늘어나 노년기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여가 복지 시설은 노인 복지관과 경로당이 있으며 경로당은 전국에 38.452개소가 있다. 전체 노인 인구의 45.0%(2018년 보건복지원)가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노인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경로당 운영에 유익한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로당은 사회적 지원이 따르고 정부와 지자체 지원으로 냉, 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겨울이면 추워서 모이고. 여름이면 더위를 덜어주는 유일한 쉼터가 되는 곳이다, 문제는 경노당도 못 나오는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초고령의 노인들은 요양원이나 집에서 외롭고 쓸쓸한 황혼의 길을 가고 있다. 아내도 요즘 허리 디스크 수술을 크게 받고 요양병원에서 재활 치유를 하고 있다. 그렇게 즐겨 찾던 경로당도 못가고 새장 속에 갇힌 십자매처럼 모이를 받아먹는 신세가 됐다. 요양병원을 갈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아무리 좋은 병실에 입원한들 가족들로부터 단절된 폐쇄공간 속에서 남은 삶을 보내야한다는 것이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는지 모른다.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바깥세상을 나들이를 해야 사람이다. 그래서 노인에게 자유로운 활동은 삶의 가장 좋은 로망(roman)이리라. 아내도 어서 회복돼 그전처럼 경로당 맨(man)이 돼 주기를 간곡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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