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석현(石顯)은 한(漢)나라 원제 때에 간신이다. 그는 환관으로 입궁했으나 아는 지식이 많아 문서를 담당하는 관리로 일했다. 그런데 일처리가 치밀하고 정확해 여러 신하들이 원제에게 추천하였다. 원제는 석현을 총애하여 가까이 두었다.

황실에서 석현은 더욱 두각을 나타냈다. 황제가 뭘 원하는지 기막히게 알아냈다. 그러자 벼슬이 점차 높아졌다. 그때부터 그는 속내를 드러냈다. 자신이 원한을 품은 자와 심지어 지나가다 눈이라도 흘긴 자는 엄하게 처벌하였다.

그 무렵 원제 곁에는 스승인 소망지가 있었다. 원제는 소망지의 인품을 존경하여 한나라의 개혁을 맡을 적임자로 여겼다. 하루는 소망지가 환관이 요직을 맡고 있는 것을 반대하여 그들을 파면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석현이 패거리를 모아 반대 상소를 올렸다.

“소망지는 그 본심이 황실의 권력을 독단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니 형리로 하여금 다스리도록 해주십시오!”

그때 원제는 누구 편을 들지 골치가 아팠다. 자세한 내용을 묻지도 않고 상소를 승인했다. 그러자 석현이 소망지를 잡아들였다. 원제가 이를 알고 놀라 당장 소망지를 석방하라고 명했다. 그러자 석현이 대답했다.

“소망지를 비롯한 9명의 대신들은 모두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입니다. 그런데 그들 중에 소망지만 풀어주면 법의 형평에 어긋난 일이 되고 맙니다.”

결국 원제는 모두 석방하고 일체 벼슬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후 조정에는 소망지가 재상에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석현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때 마침 지진이 크게 났는데, 지진은 나라의 변고라며 석현과 그 간신배들을 물리쳐야 한다는 상소가 올라왔다. 석현은 그 배후에 불순한 자가 있다며 모든 형리를 동원해 조사하도록 했다. 그러자 소망지가 이전에 추천한 유향이 그 배후로 걸려들었다. 유향은 옥에 갇혔고 서인으로 박탈되었다. 그 무렵 소망지의 아들이 상소를 올려 아버님의 일이 너무 억울하니 다시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석현은 이를 하늘이 주신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그 배후에 불순한 자가 있다며 소망지를 잡아들이도록 했다. 이때 석현은 소망지는 절개가 있는 사람이라 굴욕을 당하면 스스로 물러설 것임을 알았다. 즉각 형리들을 대규모로 동원해 소망지의 집을 포위합니다. 이는 피의사실을 공표해서 크게 망신을 주기 위한 계략이었다. 그리고 그 집안에 있는 남녀노소를 모두 잡아 들여 소망지의 죄를 캐물었다. 결국 소망지는 굴욕을 참지 못하여 자결하고 말았다. 이후 석현의 위세는 더욱 커졌다. 신하들은 모두 석현을 황제보다 두려워했고 그 앞에서는 발걸음도 조심했다. 이는 ‘후한서(後漢書)’에 있는 이야기이다.

의관장세(倚官仗勢)란 벼슬에 오른 자가 불의한 자에게는 침묵하고 의로운 자에게 행패를 부린다는 뜻이다. 법 집행이 인륜의 상식에서 벗어난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것이 개혁이다. 그런데 검찰 스스로 개혁하겠다고 하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중이 어찌 제 머리를 깎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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