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3건 일치·범행 수법 유사
2006년에 공소시효 만료돼
진범 확인돼도 처벌 불가능
충북도 장기 미제사건 14건

[충청매일 양선웅 기자] 1980년대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처제 강간살인범인 것으로 특정된 가운데 범행수법 또한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특정한 이춘재(56)씨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 A(20)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현재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5, 7, 9차 범행 증거물에서 나온 DNA가 이씨의 것과 일치해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19일 밝혔다.

10차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3년 후 벌어진 처제살인사건의 범행 수법 또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이씨는 사체유기 과정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한 수법인 스타킹과 끈, 속옷 등으로 숨진 A씨의 몸통을 묶어 유기했다.

이씨는 1994년 1월 13일 청주시 복대동 자신의 집으로 A씨를 불러 수면제를 몰래 먹인 뒤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잠에서 깬 A씨가 자신을 원망하며 울자 범행이 알려질 것이 두려워 망치로 A씨의 머리를 4차례 때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하고 집에서 880m 떨어진 철물점 야적장에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아내가 집을 나간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2심 재판부는 살인, 강간,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살인범행을 사전 계획한 것으로 볼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파기 환송했다.

대전 고법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진범 확인돼도 처벌 못해

이씨가 진범으로 밝혀지더라도 추가처벌은 불가능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2006년 4월 2일 만료됐기 때문이다. 공소시효는 일정 기간이 지나서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 형벌권을 소멸하는 제도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에서 2007년 25년으로 늘어난 뒤 2015년 7월 24일 폐지됐다.

이 규정은 폐지 당시까지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에 소급 적용된다. 2000년 8월 1일 이후 발생한 살인죄는 공소시효 제한을 받지 않고 언제든지 재판에 넘길 수가 있다.

그러나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법 개정 이전인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발생, 이미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이씨가 이 사건의 진범으로 확정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단 얘기다.

●충북 공소제기가능 장기 미제사건 14건

충북에선 1995년 청주 사창동 대학교수 부인 살인사건과 2000년 충주 30대 남성 살인사건이 미제사건으로 남았으나 각각 2010년, 2015년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당시 수사기록은 남아 있으나 수사의 실익, 즉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실질적 수사는 멈춘 상태다.

현재 도내에서 공소 제기가 가능한 장기 미제사건은 14건이다.

2001년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2004년 영동 40대 주부 살인사건, 2005년 영동 노부부 살인사건, 2009년 청주 50대 주부 살인사건, 2014년 청주 여고생 실종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2001년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은 지난 6월 한 TV 시사교양프로그램 방송에서 재조명됐다.

이 사건의 피해자 정모(당시 16세)양은 2001년 3월 영동군 한 공사장에서 두 손목이 잘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공사장 인부와 학교 친구 등 57명을 수사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하고 사건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겼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정식으로 편성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처럼 DNA를 통한 범인 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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