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삼겹살은 직장인들 최고의 회식 단골메뉴일 만큼, 고단한 서민들의 입맛을 달래온 대표적인 음식이다. 1970년대 강원도 탄광촌에서 광부들이 흡입한 탄광분진을 배출하기 위해 고된 노동 후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부위였다.

미국산 옥수수 사료의 보급으로 양돈산업이 성장하며 돼지고기 유통이 활발해졌다. 또 프로판 가스가 대중화되고 휴대용 가스버너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동네 골목골목마다 삼겹살집이 생겨났고 산과 계곡, 유원지 등에서도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장면은 시대의 트렌드처럼 등장했었다.

지금은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선택의 폭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삼겹살은 국민음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국내 양돈 산업에 위협이 되며 삼겹살이 국민음식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들어 경기도 파주에 이어 연천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이 연이어 발생되자 당국에서는 긴급 방역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 돼지 농장을 대상으로 48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또 발생농장과 그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3천950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간 바 있다.

이낙연 총리까지 나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돼지열병은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으나 돼지에 감염 시 치사율이 최대 100%에 달하고 아직까지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어 확산 시 국내 양돈 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농림축산식품부 및 관계부처는 강력한 초동 대응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라”고 긴급지시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과 관련, 국가 재난 상황을 선포하고 발병 농장에서 반경 수십㎞ 내의 돼지는 전부 폐사시키는 등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 ‘국가적 재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동유럽은 돼지열병으로 양돈산업이 완전히 초토화되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이 병이 돌았을 때 회복하는 데까지 무려 36년이 걸렸다”면서 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국내산 삼겹살을 먹는 것은 어쩌면 30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 고 경고했다.

이번 돼지열병 방역에 실패하면 그 피해는 양돈업에 그치지 않고 사료산업, 식품산업, 외식업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명약관화’다.

중국에서도 돼지열병이 발병한 상황이라 세계적인 돼지고기 수요대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산업 규모 8조원, 연관 산업까지 합치자면 그 규모가 수십조원이 넘어가는 양돈산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정부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국가재난 상황을 선포하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문 교수의 주장처럼 우리 밥상에서 국내산 삼겹살을 다시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아주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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