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임기를 마무리 하며 수사 과정에서의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 설정, 심야조사는 개선돼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법무행정의 책임자로서 법무·검찰 개혁을 실현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검찰개혁이라는 목표는 아직 미완으로 남아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는 수사공보준칙을 새로 추진키로 했다. 자체 훈령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폐지하고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칙’으로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새 훈령은 기존 수사공보준칙보다 내용을 구체화하면서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더 제한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취임과 함께 빠른 속도로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는 수사공보준칙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당연한 일이지만, 공교롭게도 최근 가족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의혹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오해를 감수하고라도 사법개혁을 위한 발걸음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피의사실 공표 관행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검찰이 기소하기 전 수사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거나 공표되는 피의사실 유출은 국민의 인권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의사실이 유출될 경우 사법부가 여론전에 휘둘려 피의자는 재판도 받기 전에 마녀사냥을 당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사법부의 판단에 악 영향을 줘 사법부의 기능을 무력화 할 수 있다. 결국 사법기관이 여론에 휘둘려 제 역할을 못하거나 사법이 정치화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사법부다.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막는 것이 일차적인 사법부 개혁이다.

검찰개혁과 함께 반듯이 이뤄져야할 사법개혁의 일환인 피의사실공표 제한 문제가 하필이면 수사를 받고 있는 조 장관 가족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은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제도정비를 마련해야 한다. 많은 법조인들이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인권 보호, 무죄추정의 원칙,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고려해 박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형사사건 비공개 원칙에 관한 훈령 제정을 추진해 왔다”며 “검찰,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검찰의 정치적 개입 내지는 수사 과정에서 기밀 유출 의혹 등을 비춰볼 때 국회차원에서 제도개혁의 입법화도 요구된다. 재판이 정식으로 진행되기 전에 여론재판을 통해 범죄유무가 단정되는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점은 국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며 사법부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아들의 음주운전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호소하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바 있다. 여야를 떠나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피의사실 공표가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방증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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