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605년, 제나라 소공이 죽자 태자 사(舍)가 왕위에 올랐다. 태자는 젊어서 여자를 너무 탐하여 몸이 병약했다. 그 틈에 소공의 이복동생인 상인이 반란을 일으켜 태자를 죽였다. 이어 상인이 즉위하니 이가 의공이다. 의공은 자신의 수레를 모는 기사로 병융이라는 자를 지목하였다. 병융은 그 아버지에 이어 당시 제나라에서 가장 수레를 잘 끄는 모범운전사였다. 이에 사공(司工)이라는 벼슬을 내렸다.

그런데 의공은 병융을 볼 때마다 그 부친이 떠올랐다. 소공 무렵에 의공과 병융의 부친은 둘 다 사냥 솜씨가 뛰어났다. 매번 서로 다투며 사냥을 나섰다. 하지만 언제나 병융의 부친이 일등이었다. 의공은 그때의 일을 치욕으로 여겨 오래도록 가슴에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군주의 자리에 올랐으니 그 한을 풀기로 하였다.

어느 날 의공이 군사들에게 병융의 부친 무덤을 파헤치라고 명했다. 무덤을 헤치자 썩어 부패한 시신이 나왔다. 이에 의공이 칼을 뽑아 두 번 내리쳐 시신의 발을 잘랐다. 그렇게 의공은 지난 한을 풀었던 것이다.

의공이 수레에 오르면 옆에서 호위하는 관리 중에 용직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의공이 무척 총애하였다. 들리는 소문에 용직의 아내가 미모가 아주 뛰어나다고 했다. 의공이 이를 궁금하게 여겨 용직의 아내를 불렀다. 그러자 정말로 의공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미인이었다. 의공이 신하들을 시켜 용직의 아내를 가로채도록 했다. 그녀는 어느 날부터 궁녀가 되어 의공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해 9월 가을 햇살이 아주 좋은 날이었다. 의공이 신지 계곡으로 단풍나들이를 나갔다. 이때 당연히 병융이 수레를 몰았고, 용직이 호위하며 따라나섰다. 의공이 궁녀들에 둘러싸여 물가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병융과 용직은 아래쪽 물가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때 용직이 병융을 놀리며 한 마디 던졌다.

“그래, 이 발 잘린 놈의 아들아! 너는 뭐가 그리도 잘난 것이냐?”

그러자 병융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냐, 이 마누라 빼앗긴 놈아! 너는 그래 억울하지도 않단 말이냐?”

두 사람은 서로가 놀리는 말에 맘이 몹시 부끄러웠다. 잠시 둘은 말이 없었다. 그때 의공이 혼자 물가에서 놀고 있는 것을 두 사람이 같이 보았다. 마침 호위하는 신하들은 대나무 숲으로 쉬러 가서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둘은 의기투합하였다. 서로 손을 맞잡고 의공에게 원한을 품었다. 몰래 물속으로 숨어 의공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의공을 물속으로 잡아끌었다. 이어 그 목을 졸라 죽이고 다시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중에 신하들은 의공이 익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세가’에 있는 이야기이다.

불의영리(不義榮利)란 의롭지 못하게 누리는 부귀와 영화를 말한다. 이전에는 자신이 잘 먹고 잘 살았던 것이 불의한 것인 줄 모르다가 나중에서야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깊이 뉘우치는 것을 뜻한다. 대법원 앞에서 매일 아침 박근혜 전대통령 석방을 외치며 홀로 태극기를 흔들던 70대 노인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는다. 들리는 소문에 그 딸의 말을 듣고 뒤늦게 노인이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의를 알면 바른 것이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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