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진 교수 ‘야생에 다진 몸이 최첨단이다’ 발간
고갈되고 병들어가는 대자연의 안타까움 화두로 던져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남·북한과 옌볜(延邊)지역에서 사용되는 우리나라 속담 5만여 개를 상세한 용례와 함께 집대성한 ‘한국의 속담 대사전’(태학사)을 발간한 정종진(65) 청주대 교수가 이번에는 충북 괴산에서 농사지으며 생태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우리 몸과 자연보존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우는 책을 발간했다.

책 속에서 저자는 도랑에서 가재잡고 산에서 사냥하던 어린 시절 최첨단 도구는 ‘우리 몸’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며, 생존을 위한 삶에 있어 우리 몸을 유일한 도구로 삼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저자는 우리 몸 대신 인공지능과 같은 과학발명이 세상을 지배하는 현실을 우려하며 ‘우리 몸’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이야기를 ‘야생에 다진 몸이 최첨단이다’(범우사/1만 5천원)라는 책에 온전히 담았다. 직접 농사지으며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야생에서 얻어진 몸이 결국 최첨단 장비이며 우리 몸이 도구가 돼야 만이 자연의 생태적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야생에 다진 몸이 최첨단이다’라는 책 속으로 들어가 보면 저자가 21세기에 왜 몸이 최첨단이며, 왜 그래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저자는 ‘한국의 속담 대사전’ 집필자답게 글 속에 우리 속담을 적절히 넣어 글 읽는 맛을 살렸으며 다양한 문학작품을 인용해 저자가 말하고 싶은 의미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인간은 음식을 먹는 것으로 몸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유지하고 만들어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몸이 행동으로 이어지며 정신을 형성한다. 저자는 모니터 화면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 이상으로, 넓게 세상을 보고 있다. 기계나 도구가 자신의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을 꺼린다. 인간의 세상보다 자연세상을 훨씬 더 많이 본다. ‘사람 몸이 열 냥이라면 눈이 아홉 냥’이라는 말을 믿고 열심히 자연을 본다. 그리고 거기에 몸을 부린다. ‘죽으면 거름도 안 될 인생’, ‘죽으면 썩어질 몸’이라는 것을 아는지라 몸을 아끼지 않는다.

이 같은 저자의 몸에 대한 철학이 우리 속담과 더불어 글 곳곳에 녹아 있다.

이 책은 원시생명체들이 풍성했던 자연을 그리워하면서 오늘의 세태를 꼬집기도 한다. 오래전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옛 사람들보다 자연파괴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현대인들의 어리석음이 원망스럽다. 인공이나 과학의 발전으로 생명체를 기르는 것보다 자연의 힘에 의해 길러왔던 평범한 옛 사람들이 그립다. 물과 공기가 혼탁해진 시대를 살면서 수렵어로와 채집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안타까움이 크다. 갈수록 대자연이 고갈되고 병들어 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 작가가 시대에 던지는 화두인 셈이다.

정 교수는 “사람의 욕심이란 굽 빠진 항아리같다. 욕심과 욕망으로 세상을 인공낙원으로 만들어 가고 있지만 결국 지구상의 온 생명환경을 망쳐 인간이 살수 없는 지구로 만들어 갈 것”이라며 “숱한 사람들의 영악한 발명품들은 신의 영역을 넘보는 정도를 넘어 성큼 들어서고 있다”고 전제했다.

저자는 농약으로 강산을 청소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력이 강화된 곡물과 채소가 넘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다. 동물 복제는 물론 사람의 몸 부분 부분을 인공품으로 대체하는 일들은 결국 신 또는 자연의 역할을 인간이 맡겠다는 포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어린 시절 허용되었던 수렵어로나 채집활동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것은 온통 자연이 오염돼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또 다른 신화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그럴수록 자연생태는 오염되고 위축될 것이다. 인간은 몸을 도구로 사용하던 시절만큼 자율적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무엇에 의해 살아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편해지고 싶지 않다. 손발을 최대한 움직여 불편함을 즐기고 싶다. 내 몸을 최첨단으로 여겨 내내 원시인이 되고 싶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편리를 추구하지만 저자 자신만은 몸으로 부딪쳐 몸을 도구로 삼는 삶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이 책은 전체 7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현재의 세태에 시비를 걸며 자연오염의 주범이 누구인지 따져 묻고 있으며 2장에서는 수렵어로 행위가 문화인가, 생명에 대한 악성공격인가를 물으며 그 인식의 변화를 이야기 한다. 3장에서는 개구리와 메뚜기 등 자연 풍요의 상징들이 어떻게 자연의 명맥을 잇고 있는지 밝히고 있으며 4장에서는 토기와 새 등 야생의 수렵이 가축으로 투항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5장은 어린 시절 둠벙을 품고 미꾸라지 잡았던 어로 활동이 좋은 추억이지만 자신의 삶은 건지지 못했다는 자성이 담겨 있으며, 6장에서는 과거 당연했던 채집 활동을 기억하며 현재 채집할 수 없는 이유를 채집하고 싶다는 의지를 담았다. 마지막 7장은 현대인들의 야만성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얘기하며 자연은 제발 내버려두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종진 교수는 국문학계는 물론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속담 대사전’을 비롯해 ‘한국의 속담 용례사전’, ‘한국의 性 속담사전’, ‘생로병사의 지혜, 속담으로 꿰뚫는’ 등 우리 민족이 즐겨 사용하던 속담을 총 정리했으며 이들 속담이 문학작품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용례를 일일이 찾아 밝혔다. 이밖에 ‘한국 현대시론사’, ‘문학사 방법론’, ‘한국현대 문학의 관상학’, ‘한국현대시의 이론’ 등 문학사에 필요한 10여권의 이론서적과 ‘닭이 어찌 인간을 두려워하랴’등 자연환경 파괴를 현 세태에 견주어 성찰한 책을 다수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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