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주
수필가

[충청매일] 문의 구룡산은 옛날에는 구봉산으로도 불렸지만 지금은 모두 구룡산으로 부르고, 산성도 구룡산성이라 한다. 구룡산성에 올라가는 방법은 현암정에 주차하고 현암사를 거쳐 대청댐을 조망하면서 오르거나, 오가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장승공원 입구를 지나 산성에 올라가서 삿갓봉을 거쳐 진장골 장승공원으로 내려올 수 있다.

구룡산을 오르내리면서도 현암사 뒷산의 돌무더기를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었다. 산성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돌무더기가 구룡산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청주 부근의 다른 산성들에 비해 연구 결과 보고된 것이 별로 없었다. 안내판이라도 세워 시민들에게 산성임을 알리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오가리 구룡산 장승공원 주차장에 주차했다. 주차장은 한산하다. 장승 공원 입구를 지나 동쪽으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나무 계단을 15분쯤 오르면 바로 대청호수의 푸른 물이 마주 보인다. 우거진 숲속 가파른 날망에 오르면 현암사로 가는 길과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진다. 정상으로 가는 길을 따라 조금만 더 오르면 구룡산성의 남벽이다.

사람들은 산성으로 바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을 피해 목도 축일 겸 현암사로 접어들게 마련이다. 나는 가파른 길을 택해 산성으로 직접 올라갔다. 산은 높지 않으나 쉽지도 않다.

조금만 오르면 바로 돌탑이 보인다. 제일 먼저 발을 디디는 곳은 약간 펑퍼짐한 쉼터 같은 곳에 쌓아놓은 돌탑이다. 주변에는 온통 크고 작은 성돌이 널브러졌다. 누군가 성돌을 주워 모아 탑을 쌓았다. 탑은 세월이 지날수록 하나씩 늘어난다.

산 아래에서 구룡산을 올려다보면 70~80도는 되어 보일 정도로 깎아비알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현암사를 바위에 걸려있다 하여 다람절이라 했을까? 그런 가파른 벼랑에 테뫼식으로 성을 쌓았다. 서벽은 등마루를 따라서 100~120m 정도 동벽은 등마루에서 30~50m 금강이 바라보이는 동쪽 기슭으로 내려와 또 100m 정도 쌓았다.

그래서 기록에 의하면 산성의 둘레가 366m라고 한다. 전체 모양은 등마루에서 기슭으로 늘어져 내려온 삼각형 모양의 타원형이다. 흔히 마늘 모양을 닮았다하여 산봉형(蒜峰形)이라 한다. 그렇게 큰 성은 아니지만 금강을 지키는 요새가 되었을 것이다. 성돌은 화강암을 다듬어 쓰기도 하고 자연석 그대로 살려서 쓰기도 했다. 돌의 크기는 다른 성에 비해 크지 않아 가로 세로 대개 20~30cm 정도이다.

성벽은 대부분 무너져 돌무더기가 되었다. 축성 방법을 알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으나 찾기 어렵다. 조금 남아 있는 부분을 통해서 기저 부분은 돌을 다듬어 바른층쌓기를 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자연석으로 허튼층쌓기를 한 것으로 판단해도 될지 모르겠다. 성벽은 그리 높지 않았을 것 같다. 산이 급경사니까 산 자체가 성이 되었으니 그렇게 높게 쌓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무너진 돌무더기에서 맘에 드는 돌을 빼어다가 탑을 쌓았다. 탑은 점점 늘어나고 높아져서 이제는 성이 탑으로 변해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재는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무너진 돌무더기라도 그대로 두어야 한다. 그래야 발굴 조사 후에 축성의 방법을 고증해 낼 수 있고, 출토되는 유물을 통하여 성의 역사와 지역 쟁패의 역사를 고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 돌을 빼내어 탑을 쌓는 것 자체가 원형을 파괴하는 문화재 훼손이고 범죄행위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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