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이놈아! 물골을 봐가며 노를 놀려!”

“…….”

조사공은 빠르고 거친 물살에 넋이 나가 도사공의 호통도 들리지 않는지 대거리도 하지 못하고 허둥대기만 했다.

“네 놈처럼 배 몰다가 어느 귀신이 채가는 줄도 모르게 가!”

빠른 물살을 빠져 나오자 잠시 숨을 고르며 도사공이 말했다.

“호통 좀 그만 쳐유! 가뜩이나 정신없는데.”

조사공도 이제 한 숨을 돌렸는지 도사공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물귀신 밥이 되려는 걸 목숨줄 이어줬더니, 너 놈이 되레 큰소리구먼.”

도사공이 어이없어 허허거렸다.

으시사 여울을 겨우 빠져 나오자 한숨을 돌린 도사공이 삿대를 뱃전에 걸쳐놓은 채 노로 다시 바꿔들며 한탄 섞인 신세타령을 했다. 도사공이 선창을 하자 조사공도 죽을 맞추며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고많언 인생중에 / 좋은씨앗 무수헌디

어찌하다 뱃놈되야 / 고달프게 살어가나

도사공이 허신말썸 / 으시사여울 잘못허면

부모임종 못지키구 / 어린처자 못다보구

이배판이 칠성판이요 / 저찬밥이 사자밥일세

홀연광풍 건듯불어 / 나룻배가 동강나니

급한물살 떠밀려가 / 높은절벽 매달려서

살려달라 소리친덜 / 어느누가 들을건가

북어거치 마른몸이 / 한강수에 떠밀려가

시체마저 찾지못혀 / 부모마음 어찌할까

어린자식 울고불며 / 못난애비 죽었다고

소리내어 울건마넌 / 머리풀은 마누라넌

제사상을 차려놓구 / 아고땜을 하련마넌

이내넋은 물 속에서 / 집에못가 원통허네

물새똥에 깜짝놀라 / 깨어보니 꿈이로다

꿈이라도 불길허다 / 불길하여 돌아보니

뱃머리가 구멍났네 / 수건으로 틀어막고

곰곰히도 생각허니 / 깨진쪽박 찾아들고

팔도구걸 허더라도 / 뱃질만은 못허겄네

뱃질만은 못허겄네 / 뱃질만은 못허겄네

 

도사공과 조사공이 함께 부르는 처량한 노랫소리가 안개를 뚫고 퍼져나가 절벽에 부딪치며 뱃전에 서 있는 사람들 귓가로 처량하게 되돌아왔다.

멀리 언덕배기 아래로 서창나루가 보이기 시작했다. 청풍 관할의 서쪽 창고가 있는 마을이라 하여 서창이라 불리어지는 저곳이 황칠규의 고향이다. 강바람과 합수머리의 빠른 여울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대신 한 식경은 일찍 도착한 듯싶었다. 강심을 따라 내려가던 배가 서창객주 황칠규를 내려놓기 위해 뱃머리를 강가 쪽으로 서서히 돌리기 시작했다. 배가 윗섬과 아랫섬을 사이로 빠져 나오며 북서쪽 산모퉁이에 있는 배나굼치에 닻을 내렸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산비탈에 붙은 손바닥만한 밭이 전부처럼 보이지만 골짜기마다 기름진 밭에서 나는 곡물로 인근에서는 곡창지대로 불리어지는 서창은 진산 아래로 마을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서창은 생산되는 곡물 뿐 아니라 교통도 요지였다. 마을 앞으로는 남한강을 따라 언제든 한양과 강원도 영월까지 닿을 수 있는 뱃길이 열려있고, 육로로는 충주와 단양을 이어주는 역이 있는 곳이었다. 마을 뒤 봉화재를 넘으면 수산과 장회를 거쳐 단양으로 연결되고, 덕실 뒤 봉화재 꼭대기에는 봉화대가 있어 단양의 소이산에서 봉화를 올리면 이곳 봉화대에서 받아 충주 계명산 봉화대로 연락을 하는 중요한 지역이었다. 역이 지나는 길가로는 오가는 길손들의 목을 축여주는 주막집들이 즐비했고, 인근 마을에서 나는 모든 곡물들의 거래는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서창은 풍부한 물산으로 상거래는 물론 뱃길과 역로가 지나는 교통의 요지였다. 청풍과 황강 사이에 있는 서창은 봉화재를 넘어가는 육로와 한양으로 가는 뱃길이 두루두루 통하는 곳이었다. 풍광 또한 뛰어나 서창마을 뒤 진산에는 명당자리도 많아 한양에서 행세깨나 하는 양반들은 지관을 앞세우고 마을 곳곳을 헤매고 다녔다.

“화수, 내려 목이라도 축이고 가지?”

황칠규가 뱃머리에 서 있던 봉화수에게 넌지시 물었다.

“저는 바로 떠났으면 하는데…….”

봉화수가 황칠규의 청을 자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