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노자의 제자 중에 경상초(庚桑楚)라는 이가 있었다. 그가 노자의 도를 터득해서 작은 동네 외루 지역을 다스리게 되었다. 작은 동네라고 하지만 여러 부류의 사람이 살고 있어 중심가는 언제나 시끌벅적했다. 이전의 책임자와 다르게 경상초는 동네에 대해 잘 알고 똑똑한 이들을 멀리 했다. 또 미래를 예측하는 어질고 현명하다는 이들도 멀리 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이들만 가까이 했다. 이들은 성격이 제멋대로이고, 아는 바가 많지 없고, 남의 일에 끼어들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러자 이전까지 동네에 기여한 이들이 경상초를 비난했다.

3년이 지나자 외루 지역에 생각지도 않은 큰 풍년이 들었다. 사람들은 모두가 기쁘고 흐뭇해서 모이기만 하면 누구나 경상초를 칭찬하였다.

“우리가 처음에는 사람을 잘못 뽑은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가만 보니 대단한 분이야. 우리에게 이런 넉넉함을 줄 줄 누가 알았겠어!”

하루는 경상초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올해 큰 풍년이 든 것은 자연이 그렇게 작용한 덕분이다. 어찌 내가 그런 공을 세울 수 있단 말이냐. 그러니 그런 말에 조금도 동요하지 마라.”

그러자 부하 하나가 나서서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큰물고기는 개울가에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지만 송사리나 미꾸라지는 잘도 움직입니다. 큰 짐승은 나무에 올라도 자신을 숨길 수 없지만 작은 짐승은 쉽게 몸을 숨길 수 있습니다. 예부터 이익을 베풀어 주는 이를 높이 떠받드는 것은 사람의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하오니 너무 사양하지 마십시오.”

이에 대해 경상초가 말했다.

“숲속을 호령하는 큰 짐승도 홀로 떨어져 있으면 그물과 올가미에 걸리기 쉽고, 높은 파도에서 노는 큰 물고기도 물 밖으로 나오면 개미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남에게 높임을 받는 일은 재앙이 되는 법이다.”

부하들이 이에 반박하여 물었다.

“요순임금이 높임을 받는 것은 그 무렵 태평성대를 이루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이에 경상초가 대답했다.

“요순은 현명한 자를 기용하여 백성들을 서로 다투게 만들었다. 지혜로운 이를 등용하여 백성들을 도둑질하게 만들었다. 인재를 선발해서 백성들을 이익만 찾도록 만들었다. 그것이 결국에는 자식이 애비를 죽이고, 신하가 군주를 죽이고, 대낮에 도둑질이 자행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큰 혼란을 만든 것이 요순인데 어찌하여 요순을 떠받는 것이냐!”

이에 부하들이 더 이상 백성들의 칭송을 전하지 않았다. 이는 ‘장자’에 있는 이야기이다.

주축일반(走逐一般)이란 대놓고 나쁜 일을 하거나 숨어서 나쁜 일을 하거나 나쁘기는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백성을 위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은 모두 나쁜 놈이다. 그런데 백성들이 이익만 찾다보니 나쁜 놈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정치가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