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서창 황칠규도 같이 뱃길로 가지?”

“예.”

“내려가는 길에 황 객주한테도 서창에서 해야 할 난장 준비를 네가 다시 한번 언질을 주거라!”

“알겠습니다.”

“자, 그럼 떠나거라!”

최풍원이 봉화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별채를 나와 마방이 있는 바깥마당으로 나서니 마방 앞에는 객주들과 보부상들이 뒤엉켜 길 떠날 채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돌아치고 있었다.

강 상류의 단양이나 영춘·영월로 갈 패거리들과 금성으로 갈 패거리들은 나루를 건너지 않고 강줄기를 따라 육로로 길을 잡았다. 남쪽에 있는 수산이나 덕산으로 갈 패거리들은 일단 강을 건너야 했기에 나귀와 소를 몰고 북진나루 쪽으로 향했다. 봉화수는 큰 재를 넘어 먼 영남 땅까지 가야 했기에 시간을 줄이기 위해 월악산 밑 북창까지는 거룻배로 물길을 따라 갈 작정이었다.

“여러 객주님들, 무사히들 다녀와 난장 트는 날 보십시다!”

최풍원이 떠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독려를 했다.

봉화수는 뱃머리에 서서 멀리 강 하류 쪽을 바라다보았다. 배는 기와지붕이 즐비한 청풍 읍성을 왼쪽으로 끼고 돌며 호수처럼 잔잔한 강물 위를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때마침 불어오는 강바람이 세모시처럼 부드러운 물안개를 몰고 다니며 언뜻언뜻 산수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피어오르는 옅은 안개를 뚫고 희끗희끗하게 드러나는 강 주변의 기암괴석 봉우리들이 선경의 풍치를 자아내고 있었다. 수없이 보아온 주변 산천인데도 볼 때마다 달라지는 빼어난 선경에 배 안의 일행들은 넋을 빼앗기고 있었다. 배에는 열 두서넛의 봉화수 일행들과 마소들이 타고 있었다. 물안개가 강물 위에 깔려있기는 했지만, 옅어서 뱃길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백발이 성성한 도사공이 노를 좌우로 날렵하게 물살을 저으며 물질을 했다.

“여보시오들, 저어기 저 마을이 황두린데 인근에선 좆도리라고도 한다 이 말씀이야. 왜 좆도리이라고 하는지 아시는감? 헛허허허…….”

도사공이 안개에 가린 물가 강마을을 가리키며 멋쩍게 웃었다.

북진나루에서 남서쪽으로 두 마장쯤 떨어져 있는 황두리 마을 입구에는 ‘좆돌’이라고 하는 돌기둥 세 개가 불뚝하게 세워져 있었는데, 그 연유가 매우 흥미롭고 자극적이었다. 대부분의 마을 입구에는 장승이나 느티나무, 서낭당과 돌무더기가 서 있기 마련인데 유독 황두리 입구에는 남근 모양의 바위기둥이 강 건너편 지장골을 바라보며 우뚝 솟아있었다. 사람들을 그것을 좆돌이라 불렀다.

“그래, 도사공은 그 유래를 아는가?”

언뜻 보기에도 한참이나 연배로 보이는 도사공에게 서창객주 황칠규가 하대를 했다. 장사꾼도 천대를 받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도사공은 천민 중에서도 천민으로 천대받는 뱃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전 어르신들에 의하면 황두리에 비봉산 정기를 받고 태어난 황 씨 삼형제가 있었다는 게요. 근데 강 건너 지장골엔 뭔 까닭인지 남정네 없는 과수들만 우굴우굴 살고 있었다는구먼유. 근데 그 과수들 음기가 얼마나 센지 발정난 개처럼 돌아쳐다니며 방사를 하는 통에 인근 마을들이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는 게요. 그래서 삼형제들이 모여 생각해 낸 것이 지장골에서 잘 보이는 황두리에 거시기 모양의 돌을 세워 과수댁들의 욕정을 달래주기로 했다는구먼. 그 이후 지장골 과수들은 무지막지한 거시기 모양에 기가 꺾여 음기가 사그러지고 마을은 편해졌다는 얘기요. 돌좆이 결국 산 과부들의 거시기를 누른 셈이지. 그랴, 사람들은 황 씨가 세운 돌이 있는 마을이라 해서 처음에는 황돌이라구 불렀는데 어느 때부턴가 황두리로 바뀌어 불러지게 됐다는 게요.”

도사공이 노질은 여벌로 저으며 황두리 마을의 유래를 늘어놓았다.

“그까짓 것 궁해서 바람 좀 피겠다는 데 그냥 내버려두든지, 아니면 봇쌈이라도 해서 팔자를 고쳐주든지 하지 아무짝에 써먹지도 못 허는 돌좆이 뭐래?”

황 객주가 도사공의 말을 받아 농을 했다.

“그러게 말이유. 그까짓 것 한 번 한다고 표시가 나길 하나 닳아 없어지기를 하나……. 날이 맑으면 배 위에서두 황돌이 보이는데 오늘은 안개가 끼서 안 뵈네. 손으로 깎은 것 마냥 우째 그렇게도 똑같게 생겼는지 모양새가 흡사하구먼. 그 앞에 서서 그걸 보면 사내놈들도 기가 질려버린당께.”

“사내놈들 모여 앉으면 하나같이 제 물건 좋다고 자랑질이지만 아무리 큼직하다고 용을 써도 그만이야 할까?”

황 객주가 자신의 사타구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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