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대행수, 임방도 그렇지만 장마당 상전들 물건은 어찌 채울 작정인가?”

잡화전을 열어야하는 상전객주 장순갑이었다.

장순갑의 말마따나 각지에 흩어져있는 임방의 물산을 북진까지 운반하는 것도 큰일이었지만, 이번에 새로 개설되는 북진장의 상전에 갖춰야할 물산들을 구하는 것도 중한 일이었다. 아무리 상전을 번듯하게 지어놓았다 해도 팔 물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말짱 허깨비였다. 북진장마당에 만들어진 일곱 개의 상전 중 복석근의 채마전이나 배창령의 약초전은 북진 인근에서 나오는 산물로도 어느 정도 공급과 수요를 맞출 수 있었지만 문제를 제기한 장순갑의 잡화전, 길길성의 어물전, 신덕기의 세물전, 김상만의 피륙전, 박한달의 싸전은 사정이 그렇지 못했다. 두 상전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상전은 북진 바깥의 다른 지역에서 물건을 공급받지 못하면 구색을 갖출 수 없었다. 장사는 여러 가지 물건을 골고루 갖추는 구색도 꼭 필요했다.

“우리 임방뿐 아니라 영남 장사꾼들과 경상들까지 끌어들여야지요.”

최풍원이 영남과 한양의 경강상인들을 불러들여 난장을 틀겠다고 대답했다.

청풍관아 관내에서 나오는 특산물들이 품질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것들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직접적으로 소용되는 물건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생활하는데 매일처럼 먹고 사는데 필요한 필수품들은 특산물이 아니라 피륙과 곡물이었다. 청풍은 산에서 나오는 약초와 산채는 풍부했지만 전답이 좁아 곡물, 특히 쌀 같은 양식이 너무나 귀했다. 그런 물산은 외지에서 들어오지 않으면 턱없이 부족했다.

“외지 상인들은 어떻게 끌어들일 작정이오이까?”

“새로 만든 상전에 물건을 채우려면 바깥 장사꾼들이 많이 들어와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요.”

장마당 상전에서 약초전을 할 배창령 객주였다.

“이 동네에서 차고 넘치는 게 맨 약촌데 배 객주야 뭔 걱정이여. 바깥 물건이 들어오지 않으면 맨손 빨게 된 우리가 걱정이지!”

장순갑이 내지르듯 판 깨는 소리를 했다.

“워째, 형님은 하나만 보고 둘은 못 보시우! 아무리 약초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다 해도 사갈 사람이나 장사꾼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우. 팔아 돈을 만들어야 약초 캔 마을사람들에게 값도 지불하고, 그 돈으로 사람들은 필요한 것들을 살 것 아니우?”

“그건 배 객주 말이 맞소. 전에 물건 구색 맞추는 것도 그렇지만, 우리 도중 임방에서 수집해놓은 많은 특산품을 처분하려면 외지 상인들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데 걱정입니다요.”

“우리 북진장으로 경상들이 천상 찾아와야 하는데 만에 하나라도 그들이 올라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유?”

세물전을 맡은 신덕기 객주였다.

“그건 내가 직접 목계장에 내려가 경상들과 단판을 지을 테니 도중객주들께선 심려 놓고 물산을 하나라도 더 매입해 북진으로 옮기는 일에만 전념해 주시오!”

최풍원이 남한강 하류의 목계장으로 내려가 경강상인들과 타협을 하겠다며 객주들을 안심시켰다. 지금 목계장에는 한양의 경강상인들은 물론 팔도의 장사꾼들이 떼로 모여 있었다. 얼마 뒤 있을 목계별신제와 함께 난장이 틀어지기 때문이었다. 목계별신제는 팔도에 소문난 굿잔치였다. 사람들은 굿 구경을 하려고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장사꾼들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매해 봄마다 목계 강변에서 열리는 별신제가 수일 뒤 벌어질 것이었다. 최풍원 역시 별신제를 겨냥해 목계로 내려가 경강상인들을 만나 북진난장을 알릴 복안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할런지는 알 수 없는 일 아니유?”

북진도중 객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북진장과 여각에 모든 물산들을 집산시켜 놓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매입할 큰 상인들인 경강상인들이 북진까지 올라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었다. 북진여각의 도중 객주들이나 보부상들은 한 치 앞도 가늠할 수가 없어 불안하기만 했다.

“만에 하나 경상들이 오지 않아 객주들께서 도거리한 물산들을 팔 수 없게 된다면 북진여각을 처분해서라도 책임질 테니 염려들 마시고 매입하는 대로 북진여각으로 나르시오!”

최풍원 대행수가 비장한 마음으로 객주들에게 확신을 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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