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무슨 일이 있어도 사대문 밖으로 이사 가지 마라. 멀리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 기회는 사라지며 사회적으로 재기하기가 어렵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이 아들에게 유언으로 남긴 말이다.

200년이 지난 현재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한 얘기로 들린다.

대한민국의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게다가 저성상·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지방의 소멸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통계에 따르면 내년이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게 된다.

비수도권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균형발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있으나 정책추진의 속도와 방향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자치분권, 재정분권, 국토균형발전 등 국가역점 시책에 맞춰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으나 가시적인 효과는 없는 듯하다.

현 정부는 지난 참여정부 때 추진했던 혁신도시 정책을 계승해 ‘시즌 2’라는 정책 속편을 만들어 파격적으로 추진한다고 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이라는 뻔한 레퍼토리다. 또 추가적인 2차 공공기관 이전논의도 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과 효과성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현 정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파격적인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로 경기도 용인에 120조원 규모의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특별물량까지 배정하면서 수도권인 용인지역으로 입지하도록 했다.

수도권 규제완화의 낙수효과는 지난 두 번의 정권에 걸쳐 그 어떤 실증적 증거도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결과는 더욱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지방의 인구감소는 출생과 사망으로 인한 지방인구의 자연감소 보다는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 인구가 이동하는 사회적 감소요인이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아무리 출산지원금을 늘리고 육아친화 정책을 역점적으로 추진한다 한들 국가차원의 파격적인 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지방소멸은 시간문제다.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지방의 인구유출 문제를 막지 못한다면 국가경쟁력의 약화는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지방의 인구유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 지방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확대와 주거와 일자리를 연계한 근로자들의 유입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한다. 또 지방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도록 SOC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지방산업의 육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헛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앞으로 지방의 현실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국가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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