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선점해 각 임방마다 쟁여놓은 물산들은 어떻게 북진나루로 옮기유?”

최풍원 대행수의 말에 귀를 곧추세우고 있던 하진객주 우홍만이 각 지역에 도거리해 놓은 물산들을 어떻게 북진으로 옮길 것인가를 물었다.

그랬다. 운반하는 것도 문제였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고 살 사람이 많다 해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장소에 가져다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용지물이었다. 장사가 물건을 파는 일이니 물건이 제일 중하다지만, 장사를 하려면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제때 운송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지난번 한양에 공납했던 물산들을 충주로 운송할 때도 그곳까지 옮기는 것이 어려워 우여곡절 끝에 꽃바위 나루에 정박하고 있던 경강선에 겨우 선적할 수 있었다. 그때 여각과 임방 객주들 사이에 운운했던 말들이 마차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차저차 눈앞에 닥친 일부터 처리하다보니 뒷전으로 밀려나 곧 잊히고 말았다.

“물길과 멀리 떨어진 내륙 임방이야 어쩔 수 없고, 나루와 가까운 임방의 물산은 배로 날라도 되겠지만 그것도 어렵겠소이다!”

제천이나 금성, 양평, 덕산, 그리고 조산촌에 있는 임방이야 어차피 뱃길이 닿을 수 없는 내륙이니 우마나 사람들 등짐으로 옮겨야겠지만, 뱃길과 접해있는 나루터 인근 임방들 물산은 배로 운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장회야 말할 것도 없고 단양 하진이나 매포는 북진나루와 하루길이 채 되지 않는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여서 육로를 통해 사람들의 등짐으로 운반을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남한강 상류의 영춘이나 영월이 문제였다. 또 강 하류의 서창이나 황강의 물산들을 강 상류에 위치한 북진까지 물을 거슬러 운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난장을 틀 시일만 촉박하지 않다면 물길이 닿는 곳은 영월 맡밭나루부터 북진까지 모든 나루마다 정박하며 각 임방들이 내놓은 물산들을 배로 실고 오면 문제 될 것이었다. 하지만 난장을 틀겠다고 확정한 날짜가 채 열흘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북진여각의 임방이 있는 모든 나루마다 들려 물산을 선적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최풍원의 고민이 거기에 있었다.

“난장을 틀려니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구먼. 아랫 논둑 막으면 윗 논둑 터지고, 옆구리 막으면 대가리 터지고…….”

“그것 뿐이겄냐?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시일도 촉박한데 대행수는 저리 밀어붙이기만 하고…….”

황칠규가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자 함달주도 막막한 표정이었다.

“대행수는 무슨 복안이 있겠지.”

그러면서도 황칠규는 최풍원을 전적으로 믿는 눈치였다.

“일단 임방으로 돌아가거든 객주들께서는 사람이든 우마든 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갈무리해 둔 물산을 북진으로 옮겨주시오! 그러고도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는 임방에서는 여각으로 기별을 주시오. 그러면 즉각 동몽회원들을 그리로 보내주겠소이다!”

“열두 개나 되는 임방과 그곳에 수집해놓은 물산 양이 만만찮을 텐데 동몽회원들만으로 감당해낼 수 있겠소이까?”

최풍원의 말에 심봉수가 의문을 제기했다.

“영월과 영춘은 충주 윤 객주 상전의 지토선을 빌리기로 했으니 그리하면 될 터이고 다른 임방들은 우마와 인력을 최대로 동원해 보십시다! 나도 여기서 우마와 달구지를 최대한 구해서 동몽회원들을 임방으로 보내주겠소이다!”

“대행수, 영춘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우리 두 곳 산물을 실으려면 지토선으로는 부족하오. 마침 봄에 올라와 영월에 짐을 풀었던 경강선이 장사가 신통찮아 짐을 반도 못 채워 빈 배나 다름없이 한양으로 내려갈 배가 맡밭에 있소이다. 내가 올라가는 대로 경상을 만나 그 배를 타협해 볼 테니 지토선은 북진 근방 임방의 물산을 나르도록 하는 게 좋겠소이다.”

영월 맡밭객주 성두봉이었다. 어려울 때나 곤경에 처해 곤란을 당할 때 힘이 되어주는 성 객주였다. 성 객주가 이번에도 최풍원 대행수의 짐을 덜어주었다.

“성 객주, 고맙네! 그럼 영월과 영춘은 자네가 심 객주와 상의해 그리 해주게!”

“배 사정을 봐서 여유가 있으면 다른 임방들 짐도 실어보겠네. 그렇지만 전적으로 믿지는 말고 형편이 되는대로 임방주들게서는 북진으로 알아 옮기길 바라오!”

성두봉 객주가 다른 임방주들을 둘러보며 기우 섞인 당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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