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식 청양소방서 정산119안전센터장 소방경

 

소방차 한 대가 센터로 복귀한다. 차에서 내린 소방관들은 차에서 벌집복을 비롯한 벌집제거 장비가 들어있는 가방을 내려 본래 있던 위치에 보관하고 막 따온 벌집이 들어있는 봉투는 따로 처리하기 위해 다른 곳에 둔다. 미처 땀을 다 닦기도 전에 다시 출동 지령이 떨어진다.

또 벌집 제거 신고이다. 이번에는 벌에 쏘인 환자까지 생겼다. 직원들은 다시 장비를 싣고 구급차와 함께 출동을 나간다.

여름철 소방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소방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벌집 제거 출동 건수는 매년 1만4천여건에 육박했고 벌에 쏘인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건수가 매년 6천~8천건을 웃돌았다. 이 중 88%가 7월에서 10월 사이인 여름철에 집중돼 여름철 말벌 쏘임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에 서식하는 말벌은 장수말벌, 등검은말벌, 털보말벌, 땅벌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말벌은 독성이 일반 벌의 열다섯 배에 이르고 침의 모양 또한 쐐기형이 아닌 바늘형이기 때문에 한 마리의 말벌이 연속해서 열 번 이상 침을 놓는 것도 가능하다.

만성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겐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건장한 성인도 연속으로 공격을 당하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말벌에 쏘일 경우 쏘인 부위의 통증과 부종 등의 가벼운 증상에서 시작해 벌의 독성으로 인한 저산소증, 부정맥, 저혈압 등의 쇼크 증상이 동반된다.

게다가 만성 질환 환자가 벌에 쏘이면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초여름부터 활동을 시작한 말벌은 지속적으로 세력과 벌집의 크기를 확장시켜 9월에 이르면 농구공만한 벌집을 형성한다.

보통의 경우에는 실수로 벌집을 건드렸을 때 벌에 쏘이지만 한여름이 돼 활동이 왕성해지면 식욕과 공격력 또한 강해지기 때문에 먼저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에 소방서에서는 여름철 및 추석에 대비해 말벌 벌쏘임 대처법을 제시했다. 말벌은 검은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격성을 띠기 때문에 벌초나 성묘를 나설 때에는 검은색 옷을 피하고 모자로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 좋다.

또 말벌은 후각이 매우 예민하므로 강한 향을 내는 향수나 화장품 등의 사용은 자제하고 말벌이 있다고 의심되는 곳에서는 단 음식이나 음료수를 개봉하는 것도 피하도록 한다.

말벌은 산 속 나무나 풀숲뿐만 아니라 도심 속 건물 외벽이나 전봇대, 가로수, 건물 지붕 등지에도 서식지를 마련하기 때문에 주변을 자주 둘러보며 벌집이 있나 확인하는 것이 좋다.

벌집을 발견했을 경우 가장 좋은 것은 전문 벌집 제거 장비를 갖춘 119에 신고하는 것이다.

또 벌에 쏘였을 경우 소독을 위해 약품을 바르거나 독침을 제거하기 위해 상처부위를 건드리는 등 자극을 하는 것은 감염 및 염증의 우려가 있고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하도록 한다.

벌에 쏘이면 즉시 깨끗한 물로 상처부위를 씻어주고 얼음주머니 등을 대어 냉찜질을 하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동시에 119에 신고하고 경과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신속한 처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말벌에 대한 주의와 적극적인 관심만이 우리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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