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대행수, 나는 지난번 한양에 공납했던 꿀·칡청·건버섯·갈근·건대추·감자전분·도토리전분·칡전분·버섯가루를 가지고 오겠소이다. 대행수 전갈을 받고 그동안 수집해놓은 물량이 상당하다오.”

영월 성두봉 맡밭객주가 한양 시전상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버섯가루를 비롯해 꿀과 전분을 북진장을 알리기 위해 펼치려는 난장에 내놓겠다고 했다.

“성 객주와 심 객주는 그쪽 산물들 말고도 또 신경 써줄 일이 있소.”

“그게 무엇이오이까?”

“두 분 객주는 한양의 목상들에게도 북진에서 난장이 펼쳐진다는 전갈을 전하게 하고, 떼꾼들에게도 일러 웃짐을 북진에 내려놓으면 그만한 금을 치러준다고 소문을 내주시오!”

“웃짐이라면?”

“떼에 얹어 한양으로 가는 땔감과 석탄·백탄을 말하는 것이오. 설령 우리한테 팔 의향이 없다면 차라리 그것이 황강장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떼꾼들을 단단히 삶아놓으시오!”

“대행수 뜻이 무언지 잘 알겠소이다!”

영춘 심봉수 객주가 최풍원의 뜻을 간파하고 그리 따르겠다 약조했다.

한양으로 올라가는 물건은 여느 시골 사람들이 쓰는 것들에 비해 품질이 좋았다. 땔감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록 태워 없어질 땔감이라 해도 나뭇단도 그렇고 숯이라 해도 석탄 백탄 중 가장 좋은 것들로 골라진 최상품만 뗏목에 올려져 한양으로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돈 있는 부자나 양반 같은 호사가들은 그런 물건에 눈독을 들였고, 장사꾼들은 그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최상품을 확보하려고 애를 썼다. 호사가들은 그런 물건을 씀으로써 한양의 대갓집처럼 행세했고, 장사꾼들은 그런 거래를 통해 다른 물건까지 곁들여 거래를 함으로써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찮은 땔감이지만 최풍원은 그런 물건들이 황강장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막아 송만중의 목줄을 죄기 위함이었다.

“심 객주는 참나무배기에 당부해 얼마든지 좋으니 가마를 모조리 지펴 참숯을 구워내라 해주시오. 거기서 나오는 검탄이든 백탄이든 몽땅 도거리하겠소이다. 단, 다른 곳으로는 단 한 토막의 숯덩이라도 새어나기지 못하도록 해주시오! 이건 숯가마가 있는 다른 임방의 객주님들도 마찬가지요!”

최풍원이 남한강 상류의 숯가마는 물론 북진 인근과 황강 언저리에 있는 모든 숯가마를 도거리해 다른 장으로는 검탄, 백탄이 흘러나가지 않게 단단히 잡도리할 것을 일렀다.

“나는 인제에서 나오는 꿀과 약초, 대화 약초·고추·마늘, 봉평에서 나오는 약초와 산채, 평창과 황성의 밤, 여량의 삼베와 고추 마늘, 임계의 마늘과 고추를 모아 난장에 내겠소이다.”

제천의 차대규 객주였다. 차 객주는 제천이라는 지리적 위치를 이용해 영서지역인 강원도 서쪽 물산을 취급하고 있었다. 북진여각에서도 성두봉 객주를 통해 강원도 물산을 받고는 있었으나 물줄기를 통한 남한강 상류 영월 맡밭 지역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물길이 닿지 않는 강원도 내륙의 넓은 산간지역은 북진여각의 상권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는데 차 객주가 도중회에 들어오며 그곳 물산까지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 차 객주는 그동안 모아놓은 강원도 물산들을 북진난장 트는데 내놓겠다고 했다.

“우리 매포 임방에서는 이번에 수확한 햇마늘과 지난 해 갈무리해두었던 고추와 참깨를 모조리 걷어 창말에 보관 중이오. 지금이라도 배에 실기만 하면 당장 옮겨올 수 있소이다!”

매포 박노수 객주는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내놓았다며 언제든 북진으로 옮겨올 수 있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마늘은 모두 거둬 갈무리 중이고, 지금은 석이버섯·땅콩· 해송자·대추·옻칠·꿀·분재 회양목을 거둬들이고 있는데, 난장 전까지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놓겠소이다.”

단양 하진 우홍만 객주가 자신이 거둬들이고 있는 물산에 대해 현재의 상황을 말했다.

“박 객주와 우 객주는 특히 강가 어부들을 독려해서 금린어나 누치 같은 귀한 고기들을 많이 잡아놓게 하시오. 그리고 우 객주는 벼루쟁이와 먹쟁이에게 일러 최상품 벼루와 먹을 준비해달라고 해주시오. 또 방곡 가마에 기별을 넣어 막사발을 모두 선점해 주시오.”

최풍원이 매포 박노수 객주와 단양 하진 우홍만 객주에게는 따로 물산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장회객주 임구학에게 겨우내 잡은 짐승과 사들인 가죽을 갈무리해 북진여각으로 가져올 것을 일렀다. 마지막으로 최풍원 대행수가 북진여각의 각 객주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해야 할 책무를 주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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