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에 최대의 위기 국면이 조성됐다. 어제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매년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는 조례안을 가결한 것이다. 잘 알다시피 다케시마는 독도의 일본식 이름으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는 일본의 억지 주장을 제도화하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다케시마의 날’ 은 비록 시마네현이라는 하나의 현의회가 조례로 제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독도 영유권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는 무리수를 써가면서까지 일본식 국가주의를 관철하려는 일본 국민들의 정서가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이를 증명하듯 일본 정부는 ‘지방의회에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시마네현 의회는 ‘다케시마의 날’ 제정의 취지를 ‘영토권 확립을 위해서’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로 인해 국내에는 한일관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유지해 온 대일정책은 이른바 ‘조용한 외교’였다. 지리적 여건상 근린국가로서 국제정치와 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상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양국이 선린관계를 지속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한국정부의 부적절한 대응

그러나 이러한 조용한 외교방식의 결과가 일본에게 우경화와 역사 날조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기능을 가져 왔을 뿐 선린우호 관계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도 조용한 외교 방침에 따라 한국 정부는 ‘실효적 지배’ 입장만 고수하면서 거의 무대응으로 일관한 탓에 일본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우경화를 가속시켜 나갈 수 있었다.

그동안 한국정부가 보인 안이하고 미숙한 대응의 문제점을 여러차례 지적했지만 자국 국민들보다 일본의 눈치를 더 크게 의식하는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제와서 정부차원의 강력한 성명을 발표하고, 독도 입도 허용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고는 하지만 늦어도 한참 늦은 뒷북 대응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한국 국민들에게 독도는 외따로 떨어진 하나의 섬이 아니라 한국민들의 자존심을 상징하며, 일본을 향해 국가적 기상을 분출하는 대표적 아이콘인 것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국에 대한 침략행위로 인식하는 국민적 정서가 팽배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의 형편없는 대처가 오늘의 사태를 자초했다. 교과서 왜곡문제에 있어서도 한국 정부는 ‘한일간 선린외교 관계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삼가해 달라’는 정도에 머물러 그야말로 지극히 ‘외교적’인 조치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

국가적 에너지 결집의 기회로

한국 정부는 들끓는 국민여론에 힘입어 일본을 압박할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일본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기미가 역력했다. 즉흥적이고도 땜질에 불과한 대일정책으로는 교묘하고 정교하기까지 한 일본의 총체적 도발을 막기에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한국으로서는 대일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한일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국민적 요구에 직면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감정적 대응과 조치는 일본의 계략에 말려드는 자충수일 수 있다. 하지만 한일관계를 재정립하는데 국가적 비용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다고 본다.

국민들은 역사성과 정당성이라는 상위의 가치를 지켜주는 정부를 원하지, 짝사랑에 불과한 ‘선린외교’ 운운하며 번번이 당하는 무능한 정부를 원치 않는다. 지금처럼 일본의 의도와 속셈이 명확히 드러나고 국민여론이 한 곳으로 모아졌는데도 이를 생산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일관계는 위기일 수 있으나 이러한 위기국면을 국가적 에너지 결집의 기회로 삼아 국가적 자존을 강화하는 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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