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럼, 난장은 언제 틀 요량이신지요?”

“두 파수 쯤 뒤로 생각하고 있소이다.”

“대행수, 두 파수 후면 열흘이 채 남지 않았는데 너무 이르지 않겠소이까?”

“하루물림이 열흘 간다고 하루라도 빨리 서둘렀으면 하오. 그동안 우리 북진여각과 각 임방의 객주들이 공사에 참여하느라 장사에 통 신경을 쓰지 못하지 않았소이까. 우리가 장사에 손을 놓고 있는 틈을 타 청풍장은 성시를 이루고 있소. 이미 우리 상권의 많은 물산들이 청풍도가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오. 여기서 더 지체한다면 우리의 일 년 장사는 망치고 말 것이오!”

“그렇다고 서두르다 오히려 낭패를 볼까 그게 걱정이 됩니다요.”

“물론 시각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여러 회원님들께서 날 믿고 힘을 합쳐 따라만 준다면 단연코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오!”

“날짜도 날짜지만 간밤에도 논의가 있었듯이 문제는 난장을 틀만한 물산과 장사꾼들을 불러 모으는 일인데 그걸 어떻게 할 것인가가 우선 논의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오.”

매포객주 박노수였다.

“그렇소. 북진난장의 시급한 당면 과제는 물산 확보와 장꾼들을 어떻게 장터로 끌어들일까 하는 문제요!”

결론만 내지 못했을 뿐, 이미 어제 저녁 객방에서 객주들 간에 오갔던 설전들이 북진에서 난장을 트는 데 있어 가장 선결되어야 할 문제들이었다. 북진은 워낙 내륙 깊숙한 지역에 위치한 데다 산과 물이 깊어 산에서 나는 산물과 물에서 나는 어물 같은 특산품이 풍부했다. 그러나 특산품이라는 것이 그것이 나지 않거나 귀한 타지역에서나 특별한 산물일 뿐 정작 그 지역에서는 특별할 것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특산물이라는 것이 배고픈 사람에게는 쌀 만 줌만도 못할 수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대는 특산품보다도 일상에 필요한 물건들이 더 시급했다. 청풍이나 북진이나 이곳에서만 나는 특산품은 풍부했지만, 사람들이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물산들은 남한강 물길을 통해 충주나 한양에서 올라오는 상인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다. 그리고 육로를 통해 유입되는 물산은 태백산을 넘어오는 영동의 해산물과 죽령과 새재를 넘어오는 곡물들이었다. 이 지역에서 북진으로 유입되는 물량은 운송이 어려운 여건상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물산들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필수품들이었다. 지금까지 영동 물산은 제천의 차대규 객주가, 새재를 넘는 영남 물산은 황강의 송만중이 전적으로 맡아 북진에 수급을 했었다. 특히 송만중이 관할하던 영남 물산은 벗고는 살더라도 굶을 수는 없는 먹을거리가 주종이었다. 그러니 북진여각에서 송만중의 역할은 매우 중했다. 어찌보면 북진의 목줄을 쥐고 있다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송만중을 어젯밤 일로 징치해 도중회에서 내친 것이었다. 송만중이 심하게 당해 당분간 예전처럼 일선에 나서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관장하던 물산을 순순하게 북진으로 내주지는 않을 터였다. 송만중이 가지고 있는 황강의 상권과 조직도 그리 호락호락한 조직이 아니었다.

“그럼 우리가 난장을 틀기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요?”

“여러 객주들께서는 맡은 바 소임만 하면 됩니다. 일단 객주님들은 돌아가는 길로 인근에서 나오는 모든 물산을 도거리하고, 특히 황강 송만중 패의 장사꾼들이 보이면 절대로 그들의 손에 물산이 넘어가지 않도록 한걸음 앞서 선매를 해주시오. 또 황강장과 연계된 마을의 임방 객주들께서는 송만중에게 물산이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틀어막아주기 바라오! 특히 황강 인근의 양평·서창·덕산 객주께서는 우리 물산들이 그쪽으로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단속해주시오!”

해야 할 일을 묻는 객주들의 물음에 최풍원이 설명했다.

“대행수님, 저희 임방에서는 뭐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세세하게 알려주셔유.”

객주들 중에는 나이가 어린 양평객주 금만춘이었다.

“금 객주는 도운 노인의 옹기를 몽땅 도거리하고, 서창 황 객주는 지난번 갈무리해두었다던 물산과 봉화재를 넘어오는 장꾼들 물건을 모두 잡아주시오. 특히 서창은 황강과 지척 간이니 송만중 패거리의 집적거림이 심할 것이오. 그 점을 각별히 유념해서 이번 난장을 준비해주시오. 황 객주는 오늘 도중회가 끝나거든 곧바로 서창으로 돌아가 지소골에 전갈을 넣어 모든 닥나무 껍질과 종이를 묶어놓고 쇠시릿재 대장장이에게도 난장을 틀 동안 북진에 와서 대장간을 열어달라고 당부를 해주시오. 덕산 임 객주는 그곳 약초를 단속해 한 뿌리라도 황강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주시오!”

최풍원은 황강과 가까이 있는 양평·서창·덕산임방 객주들에게 각별한 관리를 부탁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