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복지제도가 잘 된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명목상 복지제도를 보면 기초노령수당을 비롯해 아동수당과 보육수당, 청년실업수당, 장애인을 위한 장애수당 등 수당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많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이렇게 많은 수당 제도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어 문제다. 

현재 전 국민의 분노를 사는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그것도 현 정부가 국민 복지를 최우선으로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아사(餓死) 사건이어서 더 그렇다. 그만큼 홍보가 안됐다는 증거다.

먹을 게 풍족하다 못해 넘쳐나는 한국에서 굶어 죽었다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탈북민이 먹을 것이 없어 아사했다면 복지정책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라 하겠다.

한씨 모자의 소득인정액이 전혀 없는데도 서울시 관악구는 이들의 이런 사정을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한 부모가구, 긴급복지지원 등의 다른 복지혜택도 제공하지 않아 두 모자의 죽음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탈북민 단체들은 ‘탈북 모자 아사’ 사건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가 안일한 복지정책으로 빚은 참사’라며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수당 같은 포퓰리즘 정책엔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정작 생계도움이 절실한 탈북민 지원엔 5억원 정도 책정돼 ‘인색’ 그 자체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가 청년실업 수당까지 지급하는 마당에 탈북민 한 사람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는 어렵게 됐다. 어린 아들과 함께 참혹하게 굶어 죽었다면 그동안 생색내기 식 복지정책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는 강한 질타의 여론이다. 

우리 국민의 생활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지옥 같은 북한 사회를 탈북해 호의호식은 아니더라도 작은 꿈을 키워가며 행복을 찾고 싶어 목숨을 걸고 한국을 택한 탈북민들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굶어 죽게 될 줄은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아직도 한국 사회의 대 탈북민 복지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증거를 입증시켜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보편적이든 선별적이든 복지정책에 허실이 드러났다. 주는 데만 힘쓰지 말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인 듯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만명 탈북민이 전국 곳곳에 흩어져 생활하고 있다. 이들 탈북민들의 생활에 정부나 각 기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각 지자체 역시 탈북민들의 복지정책에 대해 좀 더 세심한 관심을 보여 우리사회에서 생활하면서 탈북을 후회하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데 힘써야 하겠다.

탈북민, 그들은 우리 국민 모두가 보듬어 주어야 할 한민족 동포다. 같은 민족이지만 남과 북으로 갈려 그동안 누리지 못한 모든 자유와 생활 속의 행복을 마음껏 향유하며 살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목숨 걸고 한국으로 탈북한 그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동포애를 느끼도록 만들어주어야 하는 게 정부와 모든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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