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7부 북진여각에서 도중회가 열리다(631)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7부 북진여각에서 도중회가 열리다(631)
  • 충청매일
  • 승인 2019.08.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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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모든 게 이 사람의 부덕의 소칩니다. 그러니 도중 대행수 자리를 그만 두려 합니다!”

최풍원은 지난밤에 있었던 황강객주 송만중의 일을 들어 대행수 자리를 고사했다.

장사꾼들의 모임이라는 것이 특별할 것이 없었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 도중회에서는 임원선출, 회계, 일 년 간의 장사 결과, 명년 장사 방향, 회원들의 행위에 대한 상벌문제 등 도중회 운영에 관한 안건이 의제로 다루어졌다. 그 외에는 그때그때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모여 회합하는 것이 장사꾼들에게는 매사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도중회는 여느 때와 좀 달랐다.

이번 도중회는 북진에서 큰 난장을 틀기위한 임시회였다. 관아가 있는 읍성 내 청풍장과 맞서고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큰 배가 들어올 수 있도록 북진나루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북진장도 새로 개설하여 상전거리까지 조성했다. 그러나 나루를 정비하고 상전을 조성했다하여 장사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장사가 잘되려면 무엇보다도 장꾼들에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아무리 좋은 장터와 물건을 지니고 있어도 남이 알지 못해 찾아오지 않으면 비단 금침에 홀아비 잠자리였다. 그래서 북진도중의 최고 우두머리인 최풍원이 북진의 변모된 모습을 알리고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소집한 임시회의였다.

그런데 대행수 최풍원이 임원 문제를 들고 나왔다. 임원 문제가 최풍원의 입에서 거론된 것은 어젯밤 있었던 황강객주 송만중의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행수님, 그건 안 되는구먼유! 지금처럼 중한 시기에 대행수님 말구 누가 이 도중을 끌어갈 사람이 있겠습니까요?”

서창객주 황칠규가 펄쩍 뛰며 또 다시 아부했다.

“그렇구먼유! 오늘은 시급한 문제만 토의하고 그런 말씀은 거두시지요.”

장회객주 임구학도 나서며 만류했다.

“최 행수! 지금은 때가 아니니 객주들 말처럼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듯싶소!”

영월 맡밭나루에서 객주를 하는 성두봉이었다. 성 객주는 최풍원이 보부상으로 발품을 팔 때부터 이제까지 북진여각을 일구며 동고동락했던 동지였다. 혈기 왕성했던 약관에 만나 어느덧 불혹을 넘긴 나이가 되었으니 두 사람은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끈끈한 사이였다. 더구나 오랜 시간동안 온갖 어려움을 함께 겪어온 두 사람은 한 몸이나 진배없었다.

“알았소이다!”

여러 객주의 권유에 따라 최풍원 대행수도 한 발 물러섰다.

비단 여러 객주들의 만류가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 지금의 북진도중회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북진여각 최풍원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도중회의 대행수는 단지 재산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도중회의 최고 우두머리인 대행수 자리는 재력과 통솔력을 모두 갖춘 그런 사람이 맡아야했다. 도중을 유지하고 이끌어나가려면 도중객주들 사이에 상충되는 부분들, 장마당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타지에서 오는 상인들과의 갈등 등 수많은 일들을 무리 없이 처리할 능력이 있어야 했다. 또한 대행수는 관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권세가들의 힘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만 했다. 그런 인물로는 가장 적합한 사람이 북진여각 최풍원 대행수였다.

“여러 객주님들 뜻이 그러하다면 그 문제는 다음 정기 도중회에서 상론하기로 하고, 오늘은 난장 문제만 중점적으로 논의합시다. 우선 난장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한 마디만 더 얘기를 하겠습니다. 여러 객주님들! 도중회는 우리 공동의 복리증진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모인 단체입니다. 우리 같은 천한 상인들이 서로 힘을 모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어젯밤 황강객주 송만중의 행동은 우리 공동의 뜻을 저버리고 일신상 이득에 눈이 멀어 회원 상호간 믿음을 배반한 몰염치한 행위입니다. 우리끼리 조차도 뭉치지 못하면 누가 우리를 보호해 주겠습니까? 앞으로도 개인의 이득을 위해 정당하지 못한 행동으로 누를 끼칠 경우 도중회 강령에 의해 단호하게 징치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후 모든 객주들께서도 송만중이와의 물산 거래와 금전 거래는 일체 금해 주시오. 송만중은 이제 우리 형제가 아니오!”

최풍원 대행수가 도중객주들에게 송만중과 일체의 거래를 끊을 것을 선언했다. 최풍원의 말에 모두 박수로써 동의했다.

“그럼, 황강 상권은 그대로 송만중에게 내어주실 건가요?”

“여러 객주님들은 황강 상권과 송 객주 일은 괘념치 마시고, 각기 난장 틀 준비에만 최선을 다해 주기 바라오.”

최풍원 대행수가 난장 준비에만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객주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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