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제(齊)나라의 시조는 강태공(姜太公)이다. 강태공은 상나라를 멸하고 주(周)나라 천하를 건국한 공신이다. 그 공로로 지금의 산동성 지역인 제(齊) 땅의 제후에 책봉되었다. 세월이 흘러 애공(哀公)이 즉위하였다. 애공은 제나라 6대 제후이다.

어느 날 주나라 왕실과 가까운 기(紀)나라가 애공을 모함하였다.

“제나라 애공은 주나라 왕실에 반역을 모의하고 있습니다!”

이때는 주나라가 조금씩 쇠락할 무렵이라 왕실의 권위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래서 주나라 신하들은 혹시라도 이틈을 이용해 제후들이 모반을 꾀할까 두려웠다. 그런데 제나라에서 반역을 모의하고 있다니 펄쩍 뛸 노릇이었다. 왕실은 곧바로 비상상황에 돌입하였다. 우선 사신을 보내 애공을 호출하였다. 그런데 애공은 이런 모함을 가볍게 여기고 순순히 주나라 왕실을 찾아갔다. 도리어 기나라를 고발하여 혼내주려고 했다. 그런데 애공은 왕실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체포되었다. 이어 주나라 형리들이 심문도 없이 애공을 삶아 죽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여러 제후들에게 알려 교훈으로 삼도록 했다. 애공 덕분에 주나라 왕실은 권위를 회복한 셈이었다.

애공이 죽자 제나라에서는 배다른 동생 강정을 제후로 세웠다. 그가 호공이다. 호공은 주나라의 간섭을 피하고자 도읍을 박고로 옮겼다. 그런데 애공과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동생 강산(姜山)이 호공에게 원한을 품었다.

“제후에 오른다면 마땅히 내가 우선이다. 그런데 강정이 무슨 까닭으로 제후에 오른단 말이냐!”

강산은 호공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밀리에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키워 호공을 습격해 죽였다. 이어 강산이 제위에 올랐다. 바로 헌공이다. 헌공은 곧바로 호공의 어린 아들 강단과 그 모친을 나라 밖으로 쫓아냈다.

세월이 흘러 9년이 지났다. 헌공이 죽고 그 아들 강수가 즉위하니 무공이다. 무공은 26년 간 재위하고 죽었다. 그 아들 강무기가 즉위하니 여공(?公)이다. 여공은 정치를 포악하게 하여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 신하들 또한 여공에게 반감을 가졌다. 은밀히 헌공에 의해 쫓겨난 강단과 접촉하였다. 강단 또한 오래도록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얼마 후 강단이 몰래 귀국했다. 신하들은 강단을 옹립해 새로운 제후로 세우고자 했다. 그래서 난을 일으켜 여공을 습격하여 죽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복수를 꿈꿔왔던 강단이 습격하는 과정에서 숨지고 말았다.

결국 신하들은 어쩔 수 없이 여공의 아들 강적을 제위에 세웠다. 이가 문공(文公)이다. 그런데 문공은 즉위하자마자 누군가가 이야기를 듣고 크게 분노하였다. 이전에 여공을 죽인 자와 반란에 참여한 신하 80명을 잡아들여 성문 앞에서 참수하였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세가’에 있는 고사이다.

불공대천(不共戴天)이란 같은 하늘 아래서는 함께 살 수 없는 원수, 또는 원한이 뼈저리게 사무친 관계를 뜻한다. 원한은 복수를 하거나 용서를 하거나 또는 스스로 자멸해야만 풀어진다. 셋 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남에게 원수지게 되면 인생이 막히고 만다. 그 자신은 성성하더라도 그 후손이 불행을 덤터기쓰게 된다. 그러니 세상은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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