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간 끌어온 청주시의 화장장 건립 사업이 또 암초에 부딪쳤다는 보도다. 화장장이 들어설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인근 지역 주민들이 숙원 및 지역개발사업을 약속하면서 급물살을 탔다가 주민들이 이에 대해 명문으로 합의서를 작성하자고 요구하면서 다시 사업추진이 꼬이게 됐다는 것이다. 청주시는 당초 이 달 중 화장장 건립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매장문화로 인한 국토잠식 등 각종 부작용으로 화장문화가 최근들어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청주지역의 경우 화장장이 없는 탓에 시민들의 관심이 컸다.

현재 청주시민들이 화장장을 이용하기 위해선 충주나 대전까지 가야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주시의 화장장 건립사업 발표는 새로운 장례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막상 장소가 문제였다. 청주시는 수 차례에 걸친 물색 끝에 월오공원묘지가 있는 월오동 인근으로 장소를 결정한 후 주민 공청회 등을 열어 여론형성에 나섰다. 하지만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인근 주민 반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청주시가 주민설득 방안의 하나로 숙원사업해결 등 인센티브를 내놨다. 그러나 많은 난관을 헤치고 막 첫 삽을 뜨려는 데 또다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돌출했다.

청주시는 주민들의 반발을 무조건적 이기주의로 매도하지 말고 왜 명문화된 합의서를 요구하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한순간의 위기만 모면하고 보자’는 식의 행정편의에 수도 없이 속아온 주민들이 공증성격의 합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주시가 당당하다면 못해줄 것도 없다. 이 참에 주민들에게 책임행정을 각인시키는 계기로 만들면 된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공사를 시작하려는 찰나에 문제를 제기한 주민들의 태도도 올바르지 않다. 예전에 진행된 협의단계에서 아예 못을 박았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지금은 청주시를 믿고 공사 착수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공사과정과 화장장 가동 후 운영실태를 감시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리이다. 갑작스런 행동은 무엇인가를 노리는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선진행정과 선진주민의식으로 이번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청주지역이 혐오시설 설치의 모범사례로 꼽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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