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개정안이 지난 2일 각의를 통과한 뒤 한국은 초비상이다.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직접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정신이 없다.

이번 일본의 수출무역관련 개정안은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일본기업이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3년간 유효한 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다. 일본이 악의적으로 일반 품목도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생떼를 쓰면 일본 정부의 별도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일본발 악재를 놓고 대처하는 기업과 국민, 정부, 정치권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당장 직접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들은 냉정을 유지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해법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비해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경쟁하듯 자극적인 말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명확한 계획보다는 무조건 잘 할 수 있다는 이상론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장 오늘이라도 등을 돌리 수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기고 있다. 정부 등에서 내놓고 있는 소재·부품 강화 전략은 연 단위 계획이 대부분이다.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대체 부품을 조달한다고 해도 당장 일본산 제품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당분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으로 일본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기업과 정부, 정치권이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한 시골 지역 작은 자치단체에서 전 주민이 하나 돼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망동을 규탄하는 행동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농업과 기업이 공존하는 작은 자치단체인 충북 진천군. 진천지역 사회단체를 주축으로 주민들은 지난 10일 진천 지역에서 지역주민 주도로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가졌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찜통 더위 속에서도 진천군 관내 50여 개 시민사회 단체를 비롯해 종교계, 학계, 기업 관계자 및 군민 2천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NO JAPAN’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른 채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약 2km 구간의 거리행진을 하며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로 말 잔치를 벌이고 서로 당리당략을 위해 이전투구를 하는 가운데 시골의 작은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일본의 망동을 주민이 하나 돼 규탄한 최초의 케이스다. 

앞으로 일본과의 경제 전쟁에서 더욱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없던 소재·부품 기술력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일본을 향한 이성적 판단에 따라 대처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업과 정부, 정치권, 국민의 하나 된 진정한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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