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일본 아이치현 국제예술제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가 극우 아베 정권의 반발로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 데 대한 규탄 퍼포먼스가 전 세계 문화예술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예술인들은 소녀상을 상징하는, 의자에 앉아 있는 사진을 찍어 SNS를 통해 전파하며 일본의 전시 중단을 비판하고 있다.

이탈리아 조각가인 로자리아 이아제타는 지난 4일 트위터에 “아이치트리엔날레 검열에 항의하는 평화의 상(像)”이라며 여성들이 빈 의자에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사진 여러 장을 올렸고 이를 이어받아 수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릴레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치 개입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시작된 ‘내가 소녀상이다’ 인증 샷 퍼포먼스는 SNS를 타고 국내외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만만치 않다. 예술작품에 대한 유례없는 검열 사건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 일본에서의 전시가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 문화·체육 분야의 교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검열한다는 것은 국제 문화예술계가 분노해야 하는 일이다. 한일관계가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일수록 양국 간에 문화·체육 분야의 교류는 더욱 소중하다. 문화 예술을 통한 한일 양국 간의 소통창구는 계속 유지돼 한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연합은 광복절인 15일 각 국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시민단체연합은 아베 정부의 궁극적인 목적인 개헌을 통한 전쟁가능한 나라 만들기를 막겠다는 의지다.

위안부 지킴이로 알려진 마이크 혼다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13일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경제 규제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면서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후 “아베 총리가 (정부 정책을) 국제 무역 정책의 수단으로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성노예와 일본군의 역할에 대한 아베 총리의 생각은 매우 잘못됐다”며 “아베가 어리석고 어린애 같이 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포지엄에서 그는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재차 요구하며 미국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심 있는 세계의 여론은 대부분 혼다 전 의원의 생각과 같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침묵하며 일본 정부에 적극적으로 사죄를 요구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 혼다 전 의원의 말대로 일본이 전 세계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할 수 있도록 미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오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에서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는 발단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녀상을 기리는 행사가 전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기림의 날은 고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 증언한 날이다. 지난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올해 두 번째로 정부가 주관해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기념행사를 갖는다.

일본의 사과와 반성을 이끌어내는 일에는 문화적인 해결이 최선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전 세계 문화예술계와 공유해 일본의 만행을 문화예술로 담아 확산시켜야 한다. 일본에서 전시 중단된 소녀상이 전 세계로 퍼져 세계인이 공감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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