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케이팝 담당 아이돌 그룹들은 좋아하는 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부분이 있다. 그런 만치 우리 사회의 학벌중심에 새로운 패러다임 역할을 할 수도 있으련만. 어린 나이부터 통제된 환경에서 연습하는 기간을 오래 보내서였을지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고 성공을 향해 가기 시작하면서 반사회적 행태로 뉴스에 등장하는 일들도 많아졌다. 청소년들의 꿈과 이상을 대신해주고 그야말로 우상이 되기도 하는 이들의 반사회적인 행위는 개인이나 사회에 큰 파장이 될 수 밖에 없다. 만들어진 이미지를 살포하는 매체에 익숙해 있다가 대중들은 화들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독일의 요르크밀러는 그림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를 현대적으로 각색해서 현대문명과 대중매체의 병폐를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로 그려냈다. 이름하여 ‘브레멘 음악대 따라하기’이다. 브레멘 음악대의 내용을 패러디했다. 환경에 안주하며 똑같은 꿈을 꾸고 똑같은 삶의 목표를 두고 살아갈 것인가, 힘들고 어려워도 그 세계에서 벗어나 꿋꿋하게 자신에게 의미 있는 세상을 찾아갈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고 묵직하게 묻는다.

그림은 어두운 색깔을 써서 주제에 무게감을 더했다. 화법은 세밀화로 그림 속 세계를 상세히 설명하고 회색빛 높은 건물과 무표정한 사람들의 표정 삭막한 도시풍경 등으로 현대사회의 모습들을 풍자한다.

등장인물 둥 선글라스 회사의 광고모델인 부엉이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탈출을 해서 더 멋지고 자유로운 세상을 찾아가기로 하고 ‘브레멘 음악대’를 한 번 더 꼼꼼히 읽어보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설득한다.

운동복 상표 노릇을 하는 악어, 냉장고 광고모델 펭귄, 어느 부인의 환경보호의식을 알리는 데 이용되는 늙은 판다 등은 음악대를 만들어서 도시 한복판의 디즈니랜드로 가기로 한다.

나와 보니 세상은 그들의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정신없고 바쁘게 돌아간다. 거기다가 사람들은 자기네 같은 동물에게는 관심도 없다.

별 사건 없이 도시를 빠져나온 동물들은 지칠 대로 지쳐서 변두리 주유소에 머물게 된다. 부엉이는 디즈니랜드에 가면 우리가 고생한 만큼 보상을 받을 거라며 친구들을 설득하고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그곳에 가면 뭘 연주하며 살까 달콤한 꿈을 상상해 보라는 것이다. 서로를 위로하며 다시 한 번 뜻을 모아 건물 하나를 발견해 어렵게 들어갔는데 그곳은 방송국이었다. 그곳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방송국 국장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한다.

‘디즈니랜드로 가는 길’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연기를 한다. 디즈니랜드에 가서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음악대가 되겠다던 꿈은 잊혀진다. 환호 속에서도 판다는 삶이 어떤 건지 모르지만 끝까지 가보겠다며 홀로 길을 떠난다. 판다보다 연기를 잘하는 새로 들어온 표범이 그 자리를 메운다.

디즈니랜드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놀이공원이다. 자유와 즐거움의 환상을 만들어 보여주기 위해 현대사회가 만들어 낸 공간이란 걸 모르고 동물들은 그 곳을 꿈꾸고 찾아다니는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동물들은 결국 방송국이 만들어 놓은 네모난 가짜의 세계에 갇혀 변형된 꿈을 꾸며 살아갈 것이다. 공장처럼 커다란 회색빛 방송국에서 차가운 기계로 계속 만들어지는 화면들. 과연 동물들은 동화 속의 꿈과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고 꾸는 꿈은 이야기 속 동물들과 다를까.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