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호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주무관

 

[충청매일] 지난달 나의 공무원 생활이 시작됐다. 논에서는 모내기를 끝낸 모들이 뿌리를 내리고 농촌에서는 논밭의 김매기, 논밭두렁의 잡초 베기, 퇴비장만 같은 농작물 관리에 쉴 틈이 없다. 이제 막 발령을 받고 출근하기 시작한 나는, 이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바쁜 갓 뿌리를 내린 모(苗)이다.

나의 유쾌한 인사가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온 사무실에 울려 퍼지면서 첫 근무가 시작됐다. 사무실의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인사로 반겨줬다. 여유로우면서도 분주하고, 조용하면서도 활발함의 하모니가 인상적이었다.

농업인들에게 전화가 오면 선배들은 성실하게 답변을 해줬고, 현장에 도움이 될 일들이 있으면 바로 준비하고 뛰어가 농업인들의 도움이 돼줬다.

청주시 농업기술센터는 겉으로 보기에 평화롭고 우아해 보이지만 물 밑의 발이 쉴 사이 없이 움직여 헤엄하는 백조의 모습과 같았다. 여느 직업인들과 같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서 빛이 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신규 공무원이라 아직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서툴다. 출근한지 일주일 만에 농업인들의 전화 응대를 하게 된 날이었다. 드디어 실무자로서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것들을 최대한 이용할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순간 선배들이 달려와 도와줘 답변을 잘 마무리 지었다.

또 최근에 장마가 한반도로 북상한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던 때가 있었다. 농가의 호우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재난 문자를 작성해 미리 농업인들에게 보내줘야 한다. 이 문자의 내용은 일반 문서 작성 방법과 다르기 때문에 간단하고 명료하게 전달해줘야 받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용을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선배들이 나타나 조언을 해줬다. 그 조언 덕분에 좀 더 쉽게 재난 문자를 작성할 수 있었고 농업인들에게 잘 전송할 수 있었다. 선배들의 고요함이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변하는 순간들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선배들이 내가 가질 수 없는 내공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은 ‘농업인들이 흘리는 땀방울에 어떻게 보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사로잡혀 있다. 농업인들의 소리를 경청하는 데 우선을 둘 것이다.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오랜 기간 준비하면서 가졌던 열정들을 회상하며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공직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항상 농업인들을 위해 발로 뛰어가 도움이 돼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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