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녹두꽃. 청포묵, 빈대떡, 숙주나물 등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작물인 녹두가 매년 8월이면 벌들을 유혹하기 위해 노랗게 피워내는 꽃 이름이자, 민초들의 애환을 상징한다. 또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일본 제국주의를 반대하기 위해 들불처럼 일어났던 민초들의 이야기를 그린 얼마 전 종영된 TV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

요즘 일본 아베정부는 대한민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겨냥해 한국의 반도체 주요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데 이어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본격적인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어 국민들의 반일본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충북 진천지역에서는 현재 이장단연합회와 주민자치연합회를 중심으로 2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범군민협의회가 구성돼 거리 곳곳에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광범위한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더욱이 타 지역처럼 진보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모양새가 아닌, 일반주민들 스스로에 의한 규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도시가 아닌 그것도 지방의 소도시인 진천군에서 이처럼 주민들의 일본 규탄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천군은 주민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무려 7천629만원에 달한다.

국가통계포털에 게시된 지역별 연앙인구와 지역내총생산으로 추정한 1인당 지역내 총생산 규모는 전국 시·군 중 세 손까락 안에 들 정도로 무서운 지역경제발전 속도를 내고 있다.

연간 5조6천억에 달하는 진천군의 지역내 총생산 중 무려 69.6%가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으니, 전기·전자·반도체 등의 첨단 산업이 군의 지역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이어 첨단산업 전반으로 수출규제를 확대하려는 분위기 속에 잘나가던 진천군의 지역경제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지역주민들 스스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규탄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는 현재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는 말이 있다.

한·일간 경제전쟁이라고 평가받는 현재의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지금까지 정치인을 포함한 기성세대가 정작 중요한 한·일간의 과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청산을 하지 못한 데에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남북간의 반목으로, 지역간의 갈등으로, 정당간의 정쟁으로 허송세월을 소모하는 사이 시나브로 지금과 같은 뼈아픈 상황을 자초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결정적인 역사에는 들불처럼 일어났던 민초들이 숭고한 희생이 녹아있다.

그것을 이끌었던 것은 소수의 선각자도, 정치인도 아니었다.

21세기 경제전쟁이라고 평가받는 이번 일본과의 무역갈등 역시 많은 국민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고 있기에 또 하나 승리의 역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이번 상황을 통해 국민들이 더욱 결속하는 계기가 되고, 나라 차원에서 국가경제의 기초를 더욱 내실 있게 다져갈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매년 8월에 피는 녹두꽃이 올해는 유독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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