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순의 the생각해보기]대청호에는 없는 것
[배명순의 the생각해보기]대청호에는 없는 것
  • 충청매일
  • 승인 2019.08.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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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콘스탄츠(Konstanz) 호수.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3개국이 접하는 국제적인 호수이다. 보덴제(Bodensee)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으며,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이다. 호수로 유입되는 물의 50% 이상이 해발 1천5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흘러 들어오기 때문에 물이 차고 깨끗하다. 3개국의 여러 도시에서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보덴제의 물을 마시는 인구는 3개국에서 500만명 정도라고 한다.

호수 주변에는 유럽의 전형적인 중세의 경관을 간직한 도시들이 자리 잡고 있어 무척 아름답다. 호수 밖에서 바라보는 경관도 좋지만, 호수 안에서 유람선을 타고 내다보는 풍경도 참 좋다. 유럽 한 가운데 있는 지역이고, 바다까지 가기 어려워서 인지 호수 주변에서 호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요트를 타고 출항을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부러워 보였다.

보덴제가 지속적으로 깨끗했던 것은 아니었다. 1950년대 이후 보덴제 주변에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가 성장하면서 보덴제의 수질이 점차 악화되었다. 호수의 녹조발생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영양성분인 총인(Total Phosphorus)의 농도가 1950년 0.01mg/ℓ에서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간 0.08mg/ℓ까지 악화되었다. 충청권 최대 상수원인 대청호의 최근 10년간 평균 총인 농도가 0.015mg/ℓ이며(수문 근처 수질), 여름철 녹조가 번창할 때 0.04mg/ℓ까지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덴제의 총인 수질은 매우 나빴었다. 물론 물의 온도나 호수의 지형 등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한계가 있으나, 20년 사이에 총인의 농도가 8배가량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랬던 보덴제의 수질이 지금은 다시 1950년대의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더구나 유람선이 다니고 수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호수욕을 즐기며, 주변 도시에는 관광객이 넘쳐난다. 심지어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세계 3대 야외 오페라 공연으로도 꼽힐 정도로 유명하고 관람객이 많다.

유럽 중앙의 보덴제와 비슷한 사례가 일본의 시가현에 있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연호수인 비와코(비와호)이다. 비와코는 시가, 오사카, 교토 지역의 1천400만명의 식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보덴제와 마찬가지로 유람선과 수영, 수상스포츠, 철인삼종경기 등이 자유롭게 개최되고 있다. 비와코의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농촌마을은 반딧불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청정지역이다.

필자는 이 두 지역을 답사하면서 생각했다. 왜 대청호에는 비와코나 보덴제보다 더 많은 규제가 있음에도 여전히 녹조문제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일까? 자연호수와 인공 댐이라는 차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다. 비와코와 보덴제 상류에서도 사람이 살고, 도시가 있고, 농사를 짓고 있다. 인구나 오염원의 양으로 따지면 대청호보다 두 호수가 훨씬 더 불리하다. 결국, 필자가 찾은 결정적인 차이는 대청호에 없는 것이 두 호수에는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해당 호수를 전담하는 전문 연구기관과 조직이었다. 보덴제에는 보덴제국제수자원보호위원회(IGKB)가 있고, 비와코에는 비와코환경과학연구센터가 있다. 이 두 연구기관은 단순히 호수의 수질환경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지역과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연구와 정책을 오랜 기간 동안 시행하고 있다. 지금은 천덕꾸러기인 대청호에도 이런 전문 연구기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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