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동안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통해 대학에 입학정원 감축을 압박했던 교육부가 대학 스스로 정원을 줄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교육부가 대학의 정원 감축 여부를 자율에 맡기고, 부실대학이 문을 닫도록 관련 법규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긴 ‘대학 혁신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대신 입학정원만큼 학생을 채우지 못하면 재정지원을 받기 어렵게 평가 틀을 짜 대학이 알아서 구조조정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부실대학 퇴출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학 입학정원은 49만7천218명이지만 2030년까지 학령인구는 46만4천869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실제 대학에 가는 학생, 즉 70% 미만으로 떨어진 대학 진학률 등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당장 2020학년도 전체 대학 입학정원(49만3049명)보다 입학 자원이 2만2천여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대학 입학 정원이 유지된다면 2021학년도에는 6만5천여명, 2022학년도에는 8만2천여명의 미달사태가 점쳐진다.

대다수 대학들이 등록금에 재정을 의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원 충원은 대학 존립의 근거다. 가만히 있어도 지원자가 몰리는 서울과 수도권 대학들은 충원에 걱정이 없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은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부터 치명상을 안길 게 자명하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교수들이 신입생 유치에 매달리느라 학문 연구는 뒷전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대학 혁신 지원방안은 사실상 지방대와 전문대를 향한 주문이다. 교육부는 내년에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을 신설하고, 지역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대학 교육과정을 운영해 취업 연계에 나서는 등 지방대와 전문대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가 대학정원 감축에서 손을 떼면서 대학 존립이 시장 논리에 맡겨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가에서는 “10년이 넘도록 동결된 등록금과 정부 재정지원사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지방 사립대학이 폐교 위기로 갈 수밖에 구조가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중소도시일수록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지방대 몰락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경제 황폐화를 우려하는 지자체들이 대학에 목을 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 정원 감축을 시장에만 맡기면 지방대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더 미룰 수는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다. 부실대학은 과감히 퇴출시키되 스스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하는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대책도 병행 추진돼야 한다. 위기에 처한 지방대와 지역사회의 피해를 줄이는 혜안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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