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내가 일전에 한양 삼개나루에 갔더니 거기는 나루터에서 상전까지 마차가 오갈 수 있도록 길을 내놓은 걸 보았소이다. 우리 북진나루도 그런 길을 내봅시다!”

최풍원은 삼개나루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나루터 풍경을 김상만에게 일러주었다.

“물 건너다 발빠지기 일쑤지, 그깟 것 때문에 강가에 석축을 쌓는단 말이여? 개발에 편자여!”

“그러게 말여. 여기 나루터에 얼마나 사람이 번잡하다고 한길을 낸댜?”

“뭔 잔소리들이 많어! 우린 일이나 해주고 양식 자루나 챙겨 가면 되는 겨!”

여각에서 나온 김상만이 북진나루에 석축을 쌓고 한길을 내는 일을 하겠다고 하자 각 마을에서 온 사람들이 한마디씩들 했다.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매일처럼 건너다니는 나룻배야 당연하고 설령 큰 짐배들이 들어온다 해도 이따금씩 있는 일이라 사람들 등짐이나 지게로 옮겨도 충분했다. 그리고 북진에서 소비되는 물산 량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북진나루 어귀에 석축을 쌓고 풀등을 파내고 강가 물가에 석축을 두르고 한길까지 내는 것이 사람들 눈에는 하등에 필요 없는 일처럼 보였다. 그러니 사람들 눈에는 개발에 편자처럼 우습게 보일 수도 있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북진나루 물가에 석축을 쌓고 한길을 내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강가 나루터에서 어귀로 바윗돌을 실어 나르던 떼배가 이번에는 역으로 나루 어귀에서 강가 나루터로 풀등에서 파 올린 자갈을 실어 날랐다. 강가에서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석축을 쌓고, 한무리의 사람들은 강가에서 상전거리로 가는 모래톱에 길을 만들어 나갔다.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은 석축을 쌓고 있는 강가로 돌을 들어 나르고, 다른 한무리는 떼배로 실어온 자갈을 만들어놓은 길로 옮겼다.

“이 사람들아, 마차가 다녀야 할 길이니 바퀴가 빠지지 않게 단단히 깔아야 하네!”

김상만이 길을 만들고 있는 일꾼들을 단속했다.

“객주님, 마차가 아니라 마차 할애비가 지나가도 빠지지 않게 맹글고 있으니 그런 염려랑 붙들어 매슈!”

얼굴이며 목덜미며 땀이 번들번들한 일꾼이 땅을 다지며 대답했다.

“이눔아, 허풍을 떨어도 어지간히 떨어야지, 마차 할애비가 어디 있냐. 그럼 마차 아들은 우차냐?”

옆에서 함께 땅을 다지고 있던 다른 일꾼이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말은 즉슨 그렇다는 얘기지, 니 눔은 그런 걸 갖고 지랄이냐?”

“말을 해도 동에 닿게 해야지, 얼투당투 않으니 하는 말 아니냐?”

“그렇게 동에 닿는 말만 하고 사는 니 눔은 그렇게 잘나서 여기 땡빛 아래서 땅이나 다지고 있다냐?”

두 사람은 손으로는 긴 몽둥이를 들고 연신 땅을 찧으면서도 상대를 해넘기려고 입씨름을 계속했다.

“그 사람들 말솜씨를 보니 관아에 들어가 고을 원님 대신 판심을 해도 되겠구려!”

김상만이 두 사람을 말렸다.

일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투만 그러할 뿐 상대에 대한 악의는 조금도 있지 않았다. 다만 일하는 것이 힘에 부치니 잠시라도 그것을 잊기 위함이었다.  

북진나루 강가에는 돌과 자갈을 나르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줄나래비를 이루고 있었다. 석축과 길을 내는 곳 에는 사람들이 점점이 박혀 돌을 쌓고 자갈을 바닥에 깔고 나무로 땅을 찧으며 바닥을 다졌다. 북진나루 어귀에는 성벽처럼 석축이 모래톱을 막아섰고 솟아있던 풀등도 깎여나가 강바닥과 비슷하게 평평해졌다. 돌담처럼 강가 석축도 활처럼 둥그스름하게 쳐지고 북진나루에서 장마당으로 향하는 모래밭을 가로질러 마찻길도 만들어졌다. 북진나루를 확장하는 공사가 모두 끝나자 일꾼들이 청초호로 올라가 물을 막고 있던 샛강의 물막이 보를 헐어냈다. 물을 잔뜩 담고 있던 보가 헐리자 빠른 속도로 청초호로 넘쳐들고 그 물은 다시 북진나루 안으로 흘러들었다. 북진나루에 불이 차오르며 풀등이 있던 자리를 넘어 남한강 본류와 합수되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젠 대선이 아니라 군선이 들어와도 충분하겄다!”

물이 잔뜩 차오른 북진나루를 보며 최풍원이 흡족해했다. 북진여각의 숙원이던 북진장터와 상전거리가 완성되었다. 북진나루도 확장되어 경강선이나 세곡선 같은 큰배도 위험 없이 안쪽까지 깊숙하게 들어와 정박할 수 있게 되었다. 나루터 부두와 장마당 상전거리와 여각까지 마찻길도 닦여졌다. 이제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장사만 불처럼 일어나게 만들 일이 남아 있었다. 최풍원이 오랫동안 북진나루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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