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충청매일] 세계는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지식 기반사회로 질주하고 있다. 무한 경쟁시대에 자국의 생존을 위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핵심적인 정책을 교육의 수월성에서 찾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 자유 민주 선진국들의 교육개혁의 방향이 그러하다.

수월성(excellency) 교육이란 남보다 뛰어나고 우월한 능력을 가진 피교육자에 대해 그 잠재 능력을 개발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 수월성 교육이 각광을 받는 것은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것이다.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어느 기업가의 말처럼 우수한 학생을 발굴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함으로서 이들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또 수월성 교육 대상 조건이 4~5% 안에 들기 위해 사교육이 활성화 될 우려도 있어. 그 실행 방법에 많은 현장 수업 연구가 필요하다

1973년 입시제도 연구위원회가 제안한 고교평준화는 도입 45년이 됐다. 대도시 인문고등학교 학군을 설정하고 연합고사로 선발하고 추첨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게 평준화 제도의 큰 틀이다. 고교평준화는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 사교육비의 절감, 대도시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실시돼 왔지만 학력의 하향평준화, 학교 선택권과 사학의 자율성 침해, 교육 경쟁력의 약화 등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돼왔다.

고교 평준화는 교육에 있어서 자유경쟁 보다는 기회의 균등을 더 강조한다. 교육기회의 평등을 우선시 하는데 정책의 토대를 두고 있지만 학생들이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받는 것이 과연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추첨은 운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평등은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이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는 것이 정당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다면 이는 평등이라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운이 좋아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는 것을 평등이라 할 수 있을까.

요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가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으며 전국 42개교가 순차적으로 평가를 받으며 존폐의 기로에 있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때 많이 도입된 것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그 수단으로 자율과 경쟁을 교육에 도입한 것이다. 즉 자사고에 자율권을 주는 대신 서로 경쟁을 해 우수한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가 우수한 학생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제도다.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는 지역에 따라 교육감 성향에 따라 다르고, 그래서 평가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고, 그 기준도 모호하다. 그래서 고무줄평가,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창의적 인재육성을 위한 수월성. 다양화 교육의 대안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결국 교육에 정치이념이 개입돼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집어 진다면 교육을 어떻게 백년대계라 할 수 있겠는가. 고교 평준화 교육도 시대 변화에 따라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 수월성, 다양성 교육은 물론 인재육성이라는 목표 안에서 교육이 개혁 돼야 한다고 본다. 일반고 경쟁력을 그대로 두고 자사고만 없애려 한다면 모두가 하향평준화 하자는 것 아닌가. 노벨 과학상 하나 없는 이 나라에서 수월성 교육마저 평준화 한다면 국가 경쟁력 약화를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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