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희 청주 흥덕보건소 치매안심센터팀장

 

과학의 발달로 머지않아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예약된 손님 중 하나가 치매이다.

강물을 타고 바다로 떠내려가듯 뇌가 늙어가면서 치매의 바다로 떠내려간다. 예전에는 그리 오래 살지 않았으니 치매의 바다에 도착하기 전에 혹은 치매의 바다에 도착해도 오래 머물지 않고 세상을 떠났으나 요즘은 배가 좋아져 대부분이 바다에 도착하고 그곳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졌다.

치매에도 ‘미운 치매’와 ‘예쁜 치매’가 있다고 한다. 대소변을 못 가리고 늘 안절부절못하며 밤에는 가족들이 잠을 설치게 하거나 욕하고 화내고 감추고 욕심부리고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등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이 ‘미운 치매’라면 인지 기능은 많이 떨어지더라도 전두엽의 손상이 적어 감정 조절이 잘 유지되는 경우가 ‘예쁜 치매’라고 할 수 있다.

청주시 흥덕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는 단기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오전에는 365기억이음학교, 오후에는 기억드림쉼터가 그것이다.

여기에 오는 치매 어르신들은 등급 대기자 또는 등급 미신청자로서 주로 기억만 잘 못하실 뿐 자존심이나 가치관 등은 비교적 온전한 ‘예쁜 치매’ 어르신들이다.

그런데 가끔 등급 신청해놓은 치매환자 가족들이 ‘미운 치매’에 걸린 어르신을 모시고 오시는데 길어야 일주일 정도 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로 다시 모셔가곤 한다.

치매환자 가족들은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이 진심 어린 사랑과 돌봄과 믿음으로 ‘예쁜 치매’를 유지시켜주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다”라며 “‘미운 치매’로 가기 전까지 졸업시키지 말고 계속 다니게 해 달라”라고 신신당부한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라면 먼저 환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하고 치매 걸리기 이전의 모습에 기대하기보다는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그 정도만 해줘도 좋다는 수용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현명하다. 치매환자들은 환경이 매우 중요하며 가족의 사랑이 절대적이다. 무엇보다 존중해주고 사랑해주고 밝은 분위기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에는 가족의 사랑이 가장 좋은 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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