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바위를 맨 목도꾼들이 소리를 메기며 발을 맞춰 둔덕을 내려왔다. 그리고 맨 앞에 선 목도꾼 둘이 떼배에 발을 올려놓았다. 목도꾼들이 차례로 떼배 위로 올라섰다. 떼배가 전체적으로 일렁거렸지만 심한 움직임은 없었다. 떼배를 구성하고 있는 밑바닥 통나무가 워낙 무거워 웬만한 무게는 흡수를 하는 까닭이었다.

“그래도 모를 일이니 바위를 중앙에 내려놓아라!”

김상만이 목도꾼들에게 바위를 떼배 가운데에 내려놓으라고 했다. 혹여 어귀로 가는 도중 중심이 흐트러져 바위가 굴러 떨어지기라도 할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나루터로 들어오는 어귀 모래톱에 모여 있던 줄꾼들이 떼배와 연결된 밧줄을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바위를 실은 떼배가 나루터를 가로질러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떼배는 물결을 헤쳐가면서도 그다지 위험할 정도로 흔들리지 않았다. 그 모양이 거북이가 물 위로 등껍질을 내놓고 헤엄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였다. 떼배가 별 어려움도 없이 나루 어귀에 닿았다. 그다지 품이 들지도 않았다. 만약 청초호로 해서 건너고 통나무를 이용해 길게 뻗은 모래톱을 지나 북진나루 어귀까지 목도나 통나무를 이용해 바위를 옮기려 했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품이 들었을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떼배를 이용해 바위를 실고가 석축을 쌓을 강바닥에 굴려 떨어뜨리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떼배는 강물 위를 오가며 바위를 실어 날랐다. 떼배가 오가는 횟수가 잦을수록 모래톱을 막는 석축이 성벽보다도 견고하게 쌓여갔다. 풀등을 파내며 나오는 자갈은 머리에 지고 등에 진 일꾼들에 의해 석축 안쪽으로 차곡차곡 다져지며 채워졌다.

“저 정도면 웬간한 홍수에도 끄떡 없겠구만!”

“천지가 개벽한다면 몰라도 저렇게 무지꽁하게 쌓는데 만년구짜겠구먼!”

“물속에 성벽 같구먼!”

“일은 저래 해야 뒤탈이 없는 법인데!”

구경꾼들도 일하는 사람들도 저마다 북진나루 어귀에 쌓고 있는 바윗돌 석축을 보며 든든해했다.

“그러게 말여. 요샌 뭔 일이든 실쩍실쩍 얼렁뚱땅해서 야단이여. 지 집 일이라고 그러면 그렇게는 안 할거여!”

“이래 해도 저래 해도 하루해만 가면 품삯을 받을 수 있으니 그런거여. 일이고 뭐고 막멕이꾼 뜨내기 살림이여!”

“일꾼들만 탓할 것도 아녀! 양반이나 지주놈들이 그렇게 소작인 등을 쳐먹으면서도 더 해쳐먹으려고 하니 그런 거여!”

“이러거나 저러거나 그래도 남의 일을 맡았으면 똑드가니 해야지! 두 손 가게 하면 되겄는가?”

풀등을 파내고 석축을 쌓는 사람들을 보며 북진나루 둔덕 느티나무 아래 모여 있는 사람들이 왈가왈부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뜨내기 일꾼들은 없었다. 그때만 해도 지주와 소작인만 있었다. 지주는 소작인에게 땅을 빌려주고 그 댓가로 도지를 받아갔다. 소작인은 도지를 바치고 난 나머지를 가지고 가솔들 식량을 삼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았다. 청풍 고을이야 아직 큰 변화가 없지만, 큰 고을에서는 농토를 잃고 고향을 떠나 떠도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품을 팔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사는 것이 안정되어야 일하는 것도 손에 잡히는 법이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니 허술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 ‘집 나가는 년이 물동이 여다 놓고 가느냐?’는 말처럼 일거리를 찾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남의 일을 야무지게 할 리 없었다. 그걸 가지고 사람들은 잘잘못을 따지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청풍 인근 마을에도 타성바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샛강을 통해 북진나루로 유입되던 상류의 남한강 본류가 물막이공사로 차단되자 하루가 다르게 북진나루도 물이 줄어들어 호수처럼 물가가 허연 속살을 드러냈다. 그만큼 풀등을 파내거나 석축을 쌓는 일도 수월해졌다. 북진나루 어귀에 쌓이는 풀등을 막기 위한 석축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고 풀등은 아직도 한참 사람 손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석축이 끝나갈수록 풀등을 파내며 나오는 자갈 처리가 문제였다. 지금까지는 석축 안쪽을 채우며 풀등에서 나오는 자갈을 처리했지만 석축이 끝나면 다른 처리방법을 찾아야 했다.

“객주님, 나루터 가에도 석축을 두르면 어떨까유?”

물개가 김상만에게 말했다.

“나루터에 석축을?”

“마을사람들이 나룻배를 타고 내릴 때마다 배 밑바닥이 땅에 닿아 뭍에 바짝 댈 수 없으니 물에 빠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석축을 쌓아 배를 거기에 대면 땅으로 바로 내릴 수 있어 물에 빠지지 않아도 되지 않겠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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