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우리는 사람들 눈을 피해 대덕산으로 들어가 나무를 베고 한밤중을 이용해 은밀하게 북진나루까지 옮길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행동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나무를 벌채할 때까지는 산속에서 지내야할 테니 채비를 단단히 하거라!”

강수가 동몽회원들을 이끌고 마을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기 위해 모두들 잠든 한밤중에 북진을 떠나 대덕산으로 들어갔다가 벌채를 끝내고 베어놓은 통나무들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나루터로 옮겨놓은 것은 한 순이 지나서였다. 북진나루에는 잡목과 함께 궁궐떼와 부동떼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불법으로 벌채한 나무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눈속임을 한 것이었다. 통나무는 뗏목 두어 동가리를 만들 정도로 떼배 하나 정도는 짓고도 남을 충분한 양이었다. 곧바로 김상만 객주와 목수들이 달려들어 떼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통나무라면 대궐로 들어가도 충분하겄다!”

김상만은 벌채한 재목을 보며 흡족해했다.

“대덕산에서 큰 나무만 골라 잡았습니다요.”

“아이들 입단속은 단단히 했겠지?”

“걱정마셔요, 객주님! 조금이라도 새어나가면 관아에 잡혀가 떡이 되도록 곤장 맞고 다시는 두 다리로 세상 구경 못할 거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니 단단하게 입막음을 해놓도록 하거라!”

김상만은 자꾸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떼배는 뗏목과는 사뭇 달랐다. 뗏목은 단지 강물을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되지만 떼배는 무거운 바위를 싣고 강물 위를 오가야 했다. 처음부터 용도가 다른 것이었다. 떼배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야 했다. 뗏목은 통나무를 주로 칡덩굴이나 바로 엮어 한 바닥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바닥 여러 개를 앞뒤로 연결해 한 동가리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떼배는 짐을 위에 실어야 했기에 길이보다는 넓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또 힘을 많이 받아야했기 때문에 뗏목처럼 나무덩굴로 엮을 수 없었다. 그래서 김상만과 목수들은 떼배를 엮은 통나무에 쇠고리를 박고 쇠줄로 연결했다. 그리고 떼배 바닥에 바위를 얹기 쉽도록 치목소에서 상전에 쓰고 남은 널빤지를 촘촘하게 박았다.

“이 정도 떼배라면 큰 가마바위를 얹어도 끄떡 않겄다!”

완성된 떼배는 지주네 타작마당만큼이나 널찍했다. 떼배는 북진나루를 오가는 거룻배의 대여섯 배는 족히 넓어보였다. 김상만이 떼배를 보고 매우 만족해했다.

“객주님, 그런데 이 떼배를 어떻게 움직이지요?”

강수는 강물에 띄워진 떼배를 보니 그것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는지 걱정이 앞섰다. 작은 거룻배도 앞뒤에 사공이 삿대로 밀며 강을 건넜다. 게다가 거룻배는 앞이 뾰족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물위에 떠있는 떼배를 끌려면 사방이 모두 평평하게 면을 이루고 있어 널빤지를 모로 들고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엄청난 힘이 들 것이 뻔했다. 더구나 떼배는 바위를 옮기려고 만들었기에 엄청 컸다. 아마도 거룻배처럼 삿대로 움직인다면 사공 열댓 명으로도 모자랄 성 싶었다.

“줄 배를 만들어야지!”

“줄 배요?”

강수는 처음 듣는 생소한 이름인지라 김상만에게 되물었다.

“배끌이처럼 떼배에 줄을 달아 나루터와 모래톱이 있는 어귀 양쪽에서 끌면 되지 않겠느냐?”

갈수기가 되면 강물의 수위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여울은 얕아져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였다. 그러면 하류에서 올라오는 배는 바닥에 얹혀 올라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울이 있는 곳에는 물골을 팠다. 그리고는 뱃머리에 밧줄을 묶고 배끌이들이 배를 끌어올렸다. 김상만은 떼배도 밧줄을 연결해 끌겠다는 생각이었다. 마침내 석축 쌓을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어영차!”

“어영차!”

나루쪽 강가에 떼지어있던 일꾼들이 가마바위 언저리에 널려있는 바위를 목도해 떼배가 떠있는 물가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물가에서 떼줄을 잡고 있는 사람들도 떼배 위에 있는 사람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를 구경하려고 강가 둔덕 위에는 북진은 물론 인근 마을에서 온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모두 앞쪽으로 가시오!”

목도꾼들이 바위를 메고 떼배 위로 오르려 하자 김상만이 떼배 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외쳤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사람들이 떼배 앞쪽으로 모였다. 혹여 무거운 바위를 목도해오는 사람들이 떼배에 오르면 한쪽으로 기울거나 뒤집힐 수도 있을까 해서였다. 그렇게 되면 낭패였다. 떼배에 실기도 전에 바위가 강물 속으로 빠질 수도 있고 그 바람에 목도꾼들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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