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사퇴 압력을 받던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끝내 사임했다. 이 부총리 본인은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으나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되는 것을 더 두고 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당사자는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국민들 눈에는 고위 공직자로서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믿을 수 밖에 없다. 비록 부총리가 되기 이전의 일이라 해도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했다는 것은 비난 받을 일이다.

이 전 부총리의 자진사퇴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문제가 불거진 이후 대응하는 청와대와 여당의 자세는 국민들을 적잖이 실망시키고 말았다. 이 부총리는 자진사퇴가 아니라 당연히 경질했어야 마땅하다. 과거의 정권이라면 경제부총리를 경질하는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어 두둔할 수도 있겠으나 노무현 정권이라면 신속히 경질해 정권의 정체성을 지켰어야 한다. 현 정권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배치되는 부총리를 감싸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그토록 경제를 중시하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물러나는 것이 실제로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면 대통령은 그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반려했어야 옳다. 어물어물하며 대충 넘어가려다가 들끓는 여론에 밀려 결국 자진사퇴 형식을 빌려 매듭짓는 방식은 참여정부의 근본 기조에 반한다.

유신시대는 물론 일제식민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사를 파헤치겠노라는 정부 하에서 현직 부총리의 몇 년 전 과실을 덮어두려 했다는 것은 앞뒤가 크게 어긋나는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경제를 염려하고 경제회복을 바라는 일 때문에 국민적 의혹이 큰 고위 공직자의 문제를 얼버무려서도 안 되지만, 그같은 억지 논리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자세는 더욱 비판받아야 한다. 참여정부의 인사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는데 이번 파동으로 그 실상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정부가 조속히 후임 부총리 체제를 갖추고 경제에 매진하는 것이야말로 실망한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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