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필자는 대한변호사협회 형사법 분야 전문변호사로 등록돼 있으며, 수년간 법무법인에서 주로 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와 관련해 간단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미국의 법정관련 영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검찰과 변호인의 엄청난 공방이 오간 끝에, 배심원들이 평결을 하게 됩니다. 평결에서 “피고인은 무죄”라고 하면 재판은 그것으로 종료가 됩니다. 장황한 이유의 설명이나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어찌보면, 무죄추정의원칙에 따라 무죄인 이상 당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은 원칙적으로 배심원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아(국민참여재판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의 신청으로 이뤄지고 그 평결의 결과의 효력도 약간 다릅니다.) 꼭 같은 시스템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함에 있어서 재판부가 상당히 장황한 이유를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즉 검찰의 제출증거에도 불구하고, 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돼야 하는지 상당히 구체적인 이유 설시가 이뤄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한 사안인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조의 경우 간단하게, 무죄의 경우 자세한 판결의 방식 혹은 관행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된다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는 피고인에게 그와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서는 구속에 따른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렇다면 그 전제로써 피고인에게는 어떠한 증거에 의해서 어떠한 내용으로 유죄가 인정되는지, 왜 구속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간략한 설시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무죄판결의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당연한 결론일 수도 있고 그에 따라 피고인에게 별다른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검찰의 제출증거에 불구하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한 입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면 족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상의 재판은 위와는 정반대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검찰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설시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시해야만 검찰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관행은 자칫, 유무죄가 불분명한 경우 즉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 쉬운 길을 택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즉 판결의 과정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한 무죄판단 보다는 간단한 방식인 유죄를 선고하는 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유죄를 선고하되 양형에 있어서 선처를 하는 절충적인 방식의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잘못된 판결의 방식 혹은 관행이 자칫 피고인의 보호를 소홀히 하는 위험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추측해 보면, 아마도 기소가 이뤄지면 죄가 있을 것이라는 예단 혹은 편견, 피고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검찰이 증거도 없이 기소하겠냐는 관용적인 태도가 빚은 문제점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실체적 진실발견과 억울한 피고인이 한 명도 없어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위해서라도 ‘이유없는 무죄판결’의 필요성에 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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