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대방 볼기짝은 서너 벌이 된다 더냐? 관아 허락도 받지 않고 그런 나무를 함부로 베었다가는 당장 붙들려가 치도곤을 당할게다!”

부동떼도 그렇지만 목재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궁궐떼 같은 상품의 나무는 함부로 벨 수가 없었다. 그런 나무를 벌목할 대는 반드시 관아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했다. 임산물을 보호한다는 명목이었다.

나무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물이나 양식처럼 꼭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양반이고 상놈이고 임금이고 나무가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었다. 사람이 들어가 살아야하는 집을 짓는 데도, 매일처럼 먹는 음식을 끓이는 데도, 농사를 짓거나 살림살이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도 나무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렇게 나무의 쓰임새가 많다보니 남벌이 심각했다. 나서 자라나는 나무보다 베어지는 나무가 많아지자 마을 가차이나 강가 웬만한 산들은 모두 민둥산으로 변했다. 그러자 비만 내리면 홍수가 져 토사가 쓸려 내리고 강물이 넘쳐 범람하기 일쑤였다. 그러자 청풍관아에서는 백성들이 함부로 산에 들어가 나무 베는 것을 엄금했다.

“관아나 양반들은 지들 필요하면 아무 때나 베 제끼면서, 고을민들 못 하게 할 때만 법을 들이댄다니까!”

“그러니까 양반이지. 양반이나 상놈이나 똑같으면 누가 양반 하겠슈?”

강수의 볼멘소리에 당연한 걸 입 아프게 뭣 하러 떠드느냐는 식으로 물개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래도 객주님 무슨 방도가 없겠습니까요?”

강수가 김상만에게 매달렸다.

“방법이 있기는 하다만…….”

김상만이 하려던 말을 맺지 않고 끝을 흐렸다.

“객주님, 그게 뭡니까?”

“들키지 않고 몰래 베어 오는 거다!”

“그러다 들키면 어찌 되는 가유?”

용강이가 김상만에게 물었다.

“큰일을 앞두고 그런 일을 그르칠 수 없지 않겠느냐. 만약 들통이 난다면 여각이나 도중회 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너희들이 독단적으로 한 일이라고 해야 한다. 그리 할 수 있겠느냐?”

김상만이 강수에게 물었다.

김상만이 걱정을 하는 것은 만일의 경우 동몽회원들이 불법으로 나무를 벌채하다 사람들 눈에 뜨여 관아에 고발이라도 들어갔을 때 그 이후였다. 동몽회원들이 북진여각 최풍원의 휘하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위로부터 지시에 따른 것이라 관아에서 생각할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면 관아에서는 최풍원 대행수를 불러들여 그 책임을 물을 것이었다. 지금의 청풍부사는 청풍도가 김기태와 결탁해 온갖 이권을 넘겨주는 대신 막대한 금품을 챙기고 있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김기태와 앙숙인 최풍원을 곱게 볼 리 만무했다. 무슨 꼬투리라도 잡히면 당장 붙잡아 들여 거덜을 낼 판이었다. 그런데 최풍원의 휘하들이 불법을 저지르기만 하면 그건 절호의 기회였다.

북진여각은 지금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였다. 청풍도가의 주무대인 청풍읍장에 맞서기위해 북진장을 개설하고 상전을 열 준비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또 청풍읍진나루로 몰리고 있는 경강상인들의 발길을 북진으로 돌리기 위해 나루터를 확장하고 있었다. 이런 중요한 때에 관아에 빌미가 잡힌다면 북진여각 최풍원으로서는 직접적인 타격이 입을 것이었다. 그것은 북진여각의 명운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객주님, 그리 하겠습니다!”

“반드시 그리해야 한다!”

김상만이 재차 다짐을 받았다.

“객주님 염려 놓으시오!”

“그렇다면 재목들을 잡아다 나루터 가에 갖다 놓거라. 그러면 내가 와서 떼배를 엮도록 하겠다. 각별히 조심하거라!”

김상만이 거듭 당부를 하며 풀등을 파내고 있는 북진나루 어귀로 돌아갔다.

강수는 김상만이 돌아가자마자 동몽회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강수도 이번 기회에 여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함으로써 최풍원의 신임을 얻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완벽하게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나를 믿고 내가 하는 말은 무조건 따라야한다! 설사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라 해도 그리해야한다! 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서도 안 된다. 만약 비밀을 발설한 놈이 있을 시는 혀를 뽑아 버릴 것이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대방!”

강수의 다짐에 모든 동몽회원들이 일시에 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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