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청주시 상당구 건설과 주무관

 

[충청매일] 나는 올해 1월 인사이동으로 상당구 건설과 하수관리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전까지는 빗물받이에 큰 관심이 없어 비가 오면 빗물은 자연스럽게 어디론가 흘러가거나 말라버리는 줄 알았다. 도시에 하수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는 것이 당연한 일인 줄 알고 살았다.

사실 100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하수시설이 없어 오물을 직접 나르는 것은 일상이었다. 심지어 과거 유럽에서는 길거리에 있는 오물을 밟지 않기 위해서 하이힐을 신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수와 오수를 배출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하수 시스템은 항상 존재해 왔던 것이 아니라 근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놀라운 시스템인 셈이다. 또한 여러 사람들이 협력해 유지·보수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하수 시스템 중 빗물받이나 우수관로에 문제가 생겨 빗물이 원활하게 흐르지 않으면 교통에 지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여 있는 물은 심각한 위생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길거리 여기저기에 설치돼 있는 빗물받이는 연중 관리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빗물받이는 도시 곳곳에 필요에 따라 설치돼 있기 때문에 모든 빗물받이를 공무원이 직접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공무원을 대신해 눈과 발이 돼 주고 있다. 시민들이 빗물받이의 준설이나 보수가 필요하다는 민원을 제기하면 현장에 확인해 보수 및 준설을 하게 된다. 민원전화를 받고 현장을 가보면 준설토가 꽉 차 있어 풀이 자라고 있는 곳도 있고, 차가 많이 밟고 지나가 빗물받이가 망가진 경우도 있다. 준설이나 단일 빗물받이를 교체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일이지만 빗물받이를 신설하고 우수 관로를 재정비하는 큰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국지성 호우로 수해가 발생한 지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지난 2017년 여름의 악몽은 아직 청주 시민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수많은 민원인이 빗물받이의 준설과 보수를 요청하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하소연하곤 한다. 그런 민원이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준설해 수해 걱정을 덜어주고 싶지만, 순차적으로 민원을 처리하다 보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현장 여건상 준설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조치를 후일로 미루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럴 때는 준설이 늦어진 사이에 혹시 비가 와서 피해가 발생하진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그동안 빗물받이 준설을 위해 시민들과 직원들이 함께 노력한 만큼 무사히 장마철이 지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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