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경(山海經)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합백과 지리서이다. 이 책이 오래도록 인기 있는 이유는 신비롭고 기이하고 이상한 신화 때문이다. 허황되지만 상상력이 넘치고,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신비로움을 주는 아주 매력적인 고서인 것이다. 오늘은 이중 유명한 신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북쪽 땅 아주 먼 곳에 자신들이 하늘과 땅에서 가장 큰 사람이라고 믿는 거인족이 살고 있었다. 이들의 키는 머리가 하늘에 닿을 정도였고, 한 걸음에 바다를 건널 정도였다. 항상 뱀을 팔다리에 둘둘 감고 다녔는데 이는 뱀을 숭상하는 풍습 때문이었다.

쿠아푸는 거인족에서 가장 용맹하고 빠른 용사였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그를 이길 사람이 없었다. 어느 날 서산에 지는 해를 바라보던 쿠아푸는 아주 엉뚱한 생각을 했다.

“이 세상에서 내 걸음이 가장 빠르다. 저 태양보다 내가 더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말겠다.”

하고는 서쪽으로 지려하는 태양을 향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달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태양을 앞지르겠다는 것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벌써 천리를 달렸다. 수십 개의 산을 넘었다. 그런데도 서쪽하늘을 보니 태양은 여전히 저 앞에 가고 있었다. 쿠아푸는 더욱 경쟁심이 생겼다.

“내가 태양에게 질 수는 없다. 태양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데 꼬박 하루나 걸리지 않는가. 나 같은 용사가 저런 느림보에게 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쿠아푸는 다시 힘을 내서 질풍같이 달렸다. 태양이 진다는 엄자산에 이르렀다. 그런데 태양은 저 멀리 아득한 수평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저녁놀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걸 보자 쿠아푸는 화가 났다.

“조금 전만 해도 태양이 서산에 있었는데, 어느 틈에 저렇게 멀리 간 것일까!”

쿠아푸는 미친 듯이 앞으로 내달렸다. 그러자 숨이 차더니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두 다리 또한 휘정거리는 것이었다. 수평선 가까이 다가왔을 때, 이제 손만 뻗으면 태양을 잡을 것만 같았다. 그 순간 태양이 살짝 수평선 아래로 몸을 숨겼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쿠아푸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태양을 놓치자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자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쿠아푸는 엉긍엉금 기어 황하(黃河)에 가서 머리를 처박고 강물을 벌컥벌컥 다 마셨다. 그래도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다시 위수(渭水)로 가서 그 물을 다 마셨다. 그래도 물이 부족했다. 이번에는 사방 천리나 되는 대택(大澤)의 물을 다 마셨다. 그러자 엄청난 피곤함이 몰려왔다. 쿠아푸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며칠 후 그가 쓰러진 자리에서 수천 리에 이르는 일대가 붉은 복숭아밭으로 변했다. 후세에 서쪽 사람들은 복숭아가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과부추일이란 태양을 이기려는 어리석은 사람을 뜻한다. 어리석다는 것은 아는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아는 것이 없으면 심신이 고생하기 마련이다. 이번 휴가철에는 독서에 매진하여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aionet@naver.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