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야 그거 좋은 생각이다! 왜 자꾸 땅으로만 옮길 생각을 했지?”

강수가 짜증내는 물개를 보며 무릎을 쳤다.

“대방은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는 거유?”

물개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

“아니다, 물개야! 네 말처럼 물로 옮겨보자!”

“대방! 머리가 어찌 된 것 아니유? 바위 덩어리를 물로 옮기자니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슈?”

“모두들 생각을 해보거라. 쌀 수백 섬도 배에 싣고 가는데 돌이라고 실을 수 없겠냐. 저 바위 무게가 나가야 얼마나 나가겠냐. 끽 해야 수십 섬 무게 밖에 더 되겠냐? 그렇다면 바위돌이라 해서 못 싣는다는 법 없지 않겠냐?”

“대방, 그거야 쌀 섬이니 하나씩 싣지만 무게가 엄청나게 나가는 돌덩어리를 어떻게 배 위로 올린단 말이유?”

“물개 얘기를 듣고 보니 그도 그렇네!”

“대방, 충주 꽃바위 나루까지 뗏목으로 우리 짐을 싣고 간 적 있지 않소. 그러니 배가 아니라 다른 걸 잘 이용하면 될 것도 같소이다!”

장배가 처음으로 남의 이야기에 동조했다. 장배는 지난 초봄 경강선이 북진나루까지 올라오지 못하자 한양으로 가는 공납 물산을 뗏목에 싣고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떼라 하면 배와 다르니 애써 들어 올릴 것도 없고 하니 될 것도 같은데……. 그런데 떼를 어떻게 만들지?”

강수도 그 때 뗏목에 실었던 물산 양을 생각해보니 바위 몇 개쯤 떼에 실어 옮기는 것은 그리 어려울 성 싶지는 않았다. 더구나 바위를 싣고 물살이 센 여울을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북진나루 강가에서 남한강 본류와 이어지는 입구까지만 가면 될 일이었다. 문제는 떼를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문제였다. 강을 따라 한양으로 내려가는 떼는 수도 없이 많이 봤지만, 떼를 어떻게 만드는 지는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였다.

“대방 우리끼리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없는 일이고, 김 객주님 얘기를 들어봅시다. 떼야 그 양반이 대장 아니우?”

비호가 김상만 객주를 데려오겠다면 풀등을 파내고 있는 북진나루 어귀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리고는 이내 김 객주를 데리고 왔다.

“객주님, 저기 강가 바윗돌을 풀등 파낸 강바닥에 깔고 그 위에 석축을 쌓아 모래톱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바윗돌을 옮기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들끼리 방법을 얘기하다 뗏목으로 옮기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게 가능할는지 객주님 생각을 듣고 싶어 오시라 했습니다.”

강수가 김상만 객주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내용을 간략하게 말했다.

“나무로 안 되는 일이 있더냐. 바위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옮길 수 있지! 그런데 바위를 실으려면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떼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통나무가 남아 있을라나 그게 문제로구나.”

김상만 객주가 떼배를 만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지만, 떼배를 만들 목재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난색을 보였다.

“객주님, 여각 지을 제목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쓰고 끝나면 도로 갖다 놓으면 될까 싶습니다만…….”

“그건 안 될 말이다!”

“청초호 물막이를 할 때도 들보로 쓸 제목들을 갖다 쓰지 않았습니까요?”

“그거와는 다르지!”

“뭐가 다르다는 말입니까?”

강수가 물막이 보에는 쓰고, 떼배를 만드는 데는 왜 쓸 수 없자는 것인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어 따지듯 물었다.

“물막이야 제목에 생채기를 낼 일이 없어 써도 되지만 떼배를 만드는 것은 그것과 다르지. 떼배는 움직여야 하고 게다가 무거운 바위를 싣고 내리다 보면 흠집이 생기지 않겠느냐. 그러면 어떻게 집 짓는 제목으로 쓸 수 있겠느냐? 목상들이 뗏목에 웃짐치기를 못하게 금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흠집이 나면 제목으로 쓸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땔감으로나 쓸 수밖에 없으니 얼마나 큰 손해가 나는 일이겠느냐?”

“그렇군요. 혹시 치목소에 남은 목재가 있지 않을가요?”

“남아 있다고 해도 잡목 밖에 더 있겠느냐. 그런 나무로 뭘 할 수 있겠느냐?”

“떼배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 제목이 있어야 합니까?”

“바윗돌을 옮겨야 하니 탄탄할수록 좋지 않겠느냐. 궁궐떼가 있다면 금상첨하겠지만 그건 구하기 어렵고 아쉬운 대로 부동떼라도 구하면 좋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저기 올라가 큰 나무들만 골라 베어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강수가 대덕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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