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지난 25일 임명장을 받은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윤 총장은 취임식에서 정치·경제의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 검찰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검찰 총장의 취임식에서 늘 들을 수 있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날 취임사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대목은 “과거 법집행기관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가 두 축인 헌법체제 수호를 적대 세력에 대한 방어 관점에서만 봐왔다”며 “이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 본질을 지키는 데 법집행 역량을 더 집중시켜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 말은 불과 몇 년 전까지 법집행기관이 진행하는 수사의 귀결점이 이데올로기로 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실제 민주시민의 자유와 시장경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법집행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수롭지 않은 말처럼 들릴 수 있으나 깊이 생각해보면 정치나 권력에 휘둘려 무고한 시민을 데려다 이데올로기로 덧씌우는, 일명 ‘공안검찰’ 노릇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 현대사가 낳은 검찰 조직의 비애(悲哀)를 청산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윤 신임 총장은 덧붙여 국민의 정치적 선택과 정치활동 자유가 권력·자본 개입에 방해받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풍요와 희망을 선사해야 할 시장기구가 경제적 강자 농단으로 건강과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게 헌법체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대기업 강자들의 논리에 굴하지 않겠다는 신념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절실했던 분야의 문제들을 집었다는 것은 향후 사법개혁에 대한 기대를 해도 될 듯싶다.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며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한다는 취임사가 반듯이 실천되기를 기대한다.

검찰은 윤 신임 검찰총장의 서울중앙지검 시절 대표 수사 중 하나인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공소 유지를 위해 특별공판팀을 꾸린다고 밝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상황에서 수사·기소 못지않게 재판 과정에서 유죄 입증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평소 윤 총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공소 유지 중요성을 강조한 결과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외에도 국정농단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사건 재판도 진행되고 있어 서울중앙지검 인력의 상당수를 적폐 수사 사건들의 공소 유지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형 사건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기소가 이뤄지면 공소 유지에 필요한 인력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검찰이 공소유지에 이토록 신경을 쓰기로 한 것은 그동안 굵직한 사건들이 수사를 해놓고 검찰이 기소 이후 재판에는 신경을 덜 써 재판과정에서 유야무야 처벌이 빈약한 경우가 많았다. 몇 년에 걸쳐 수사 해 기소했지만 정작 판결은 용두사미가 됐다. 주로 재벌과 유력 정치인들의 수사가 관행처럼 그렇게 반복돼 왔다.

최근에 재판이 진행 중인 굵직한 적폐수사들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윤 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취임 일성에서 밝힌 내용들이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지 이번 특별공판팀은 그 가늠자가 될 수 있겠다. 이제 시작이다. 윤 총장은 조직을 재정비해 임기동안 사법개혁을 완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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