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청주랜드사업소 진료사육팀장

 

[충청매일] “자그마한 동물원이라 별로일 줄 알았는데 와보니 생각보다 괜찮다. 가성비 갑. 1천원의 행복!”

동물원을 다녀간 이들의 블로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글들이다.

또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청주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면 ‘청주랜드 동물원’이 항상 상위에 랭크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물원 관계자의 하늘을 찌를 듯한 자긍심로 볼 때 이 같은 방문객들의 호응에 비해 다소 저평가되고 있는 듯한 청주랜드 동물원의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떤 홍보 전략이 필요할까?

해외 동물원 광고 중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사자와 곰의 한쪽 눈이 멍들어 있는 사진이 있고 그 밑에 작은 글씨가 쓰여 있다. “캥거루가 우리 동물원에 도착했어요”.

이런 광고도 있다. 한쪽에는 인형 곰 사진과 2만 원, 다른 한쪽에는 진짜 곰 사진과 1000원. 입장료 1000원으로 인형 말고 진짜 살아있는 곰을 보라는 광고다.

동물원 가는 버스가 큰 아나콘다에 감겨 찌그러져 있거나 호랑이가 버스를 멧돼지로 착각해 올라탄 모습이 도색돼 있다면 관람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순간 이미 동물들을 떠올리며 즐거워할 것이다.

또 이런 것은 어떨까?

호랑이에게 청바지를 줘서 갖고 놀게 하고 무료한 호랑이는 신나게 물어뜯고 장난친다(실제로 호랑이는 낯선 물건에 흥미가 많다). 물론 관람객들도 그 장면을 흥미롭게 봤을 것이다. 호랑이가 만든 찢어진 청바지는 그 후 동물원 행사 경품으로 제공돼 장안의 화제가 됐다는 그런 이야기가 듣고 싶어진다.

자연의 야생생물들은 홍보 전략이 없으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없고 결국 사라진다. 개코원숭이는 엄마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엉덩이가 붉게 머리 크기만큼 부풀어 오른다. 인도공작 수컷은 날개를 펼쳐 보여 그렇게 크고 무거운 꽁지깃을 가지고도 천적에게 잡혀먹지 않은 강인함을 암컷에게 과시한 후 번식에 성공한다. 얌전히만 있을 것 같은 식물 또한 화려한 꽃과 향기로운 열매로 멀리 있는 벌과 새를 불러 모아 씨를 퍼뜨리고 긴 세월 동안 세상에 존재해 왔다.

동물원은 생명들의 부분합이고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갖는다. 생명은 자신의 존속을 위해 홍보하니 한 줄의 카피를 떠올려본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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