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대방, 아무리 생각해도 풀등을 파낸 자리에 석축을 쌓아봐야 큰 장마 한 번 지면 몽땅 쓸리고 말 것 같소.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소.”

동몽회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물개가 대방 강수에게 건의를 했다.

“물개 말이 맞다. 장마가 지면 집채만한 바위덩어리도 물살에 밀려 내려가는데 그깟 호박만한 돌로 쌓은 석축이 버텨내겠냐. 좋은 의견이 있으면 주저 말고 내놓아 보거라!”

“형님께 도와달라고 하면 어떻겠냐?”

장배가 강수 전에 대방을 했던 도식이를 거론했다.

“도식이 형님은 여각 일을 돕고 있는데 동몽회 일을 도와달라고 어떻게 그러냐?”

용강이가 그건 안 될 일이라고 반대를 했다.

동몽회원은 열여덟이 넘거나 혼인을 해서 성인이 되면 탈퇴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 북진도중회의 일원으로 그들이 맡은 일이 궂고 험했기 때문이었다. 도식이가 패거리들을 이끌고 이 장 저 장을 떠돌며 무뢰배 짓을 하고 다닐 때만 해도 이들의 앞날은 뻔했다. 힘이 빠지고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장꾼들 등을 치지 못하게 되었거나, 장마당에서 시비가 붙어 드잡이를 하다 임자를 만나 몸을 쓰지 못할 정도로 병신이 되면 끝나는 것이었다. 그러던 무뢰배들이 지금의 동몽회라는 이름을 얻고 북진도중회의 일원이 된 것은 도식이가 최풍원에게 굴복하고 패거리를 끌고 들어오면서부터였다. 최풍원은 도식이와 패거리들에게 동몽회를 만들어주고 규칙도 세웠다. 그 중 하나의 규칙이 성인이 되면 동몽회에서 탈퇴를 해야 하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장마당에 상전을 마련해주거나 그가 가고 싶은 지역에 임방을 마련해 먹고 살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도식이는 이미 한참 전에 나이를 넘긴지라 도중회 규칙의 첫 수혜자가 된 것이었다. 그래서 자립을 하기 전 지금 최풍원의 여각에서 이모저모 장사를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건 용강이 말이 백 번 옳다! 형님은 형님 일 하게 두고, 이제부터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해나가자. 어쨌든 이번 일은 우리가 북진도중에 들어와 맡게 된 가장 큰 일이다. 그러니 제대로 해서 대행수님이나 객주님들께 믿음을 줘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석축을 완벽하게 쌓아 큰 배들이 마음 놓고 나루를 드나들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가진 생각들을 내놓도록 해라!”

강수가 채근했다.

“대방, 장마에도 떠내려가지 않게 하려면 저런 바위를 갖다 쌓는 수밖에 무슨 방법이 있겠어?”

용강이가 북진나루 가장자리에 하 세월을 버티고 있는 가마바위를 가리켰다.

“성님, 정신 빠진 것 아니우? 북진 사람이 다 나와도 가마바위는 꿈쩍도 않을 거요!”

물개가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꿨다.

북진나루 느티나무 숲 아래 강가에는 가마를 닮은 두 개의 바위가 있다. 위쪽에는 큰가마, 아래쪽에는 있는 것은 작은 가마바위라 했다. 큰 가마바위는 어른 키의 서너 길은 길은 족히 넘을 정도로 크고 높았다. 마을 사람들은 강가의 이 바위 근처 숲 그늘에서 천렵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 때부터, 아마도 마을이 생기기도 훨씬 전부터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것이었다. 마을사람들은 이곳에 배를 매어놓기도 하고 여름날이면 동네 꼬마 놈들이 이 바위 위에서 강물로 뛰어들기도 했다. 이 바위도 장마가 져 강물이 불어나 물속에 잠겼다. 큰 가마바위가 물속에 잠겨 큰물이 내려갈 때면 나루터를 오가는 배도 끊겼다. 장마가 져 집이 무너지고 세간이 떠내려가도 가마바위는 끄떡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런 큰바위를 용강이가 옮기자고 한 것이었다.

“그리고 성님, 그런 바위 잘못 건드리면 귀신 붙어유!”

“귓구멍이 막혔냐? 누가 가마바위를 옮기자고 그랬냐? 저런 큰 바위를 갖다 강바닥에 박으면 천년만년 탄탄하겠단 말이지!”

용강이가 물개를 얼렀다.

“작은 가마바위 정도라도 석축 기초로 쓰면 탄탄하겠지만 저런 것도 옮기는 것이 만만찮을 것 같지 않냐?”

큰 것에 비하면 작은 가마바위는 짚동가리만 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바위는 바위였다. 장배의 말처럼 작은 가마바위도 순전히 사람 힘으로만 옮기려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장배는 작은 가마바위도 힘들겠다며 뒷걸음질을 쳤다.

“이거 빼고 저거 빼고, 다 빼고 나면 뭘 어쩌겠다는 거냐?”

용강이가 버럭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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