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읍에서 20리 떨어진 산간오지 마을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가 6·25전쟁이 휴전한 1953년! 그 이듬해인 2학년 때로 기억된다. 사택에선 선생님 사모님들이 마당 가운데 가마솥을 걸어놓고, 점심시간이면 미국 원조품인 우유가루를 끓여서 한 그릇씩 배급을 하였다. 우유 그릇를 받아 가지고 오려는데, 누군가 지나가면서 내 손을 치는 바람에 우유가 쏟아지고 말았다.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물론이고 형으로부터 ‘등신(바보)’이라고 구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점심을 굶는 것도 억울한데 ‘등신’이라고 구박하다니! 지금도 생각하면 두고두고 억울하기만 하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지난 3월 16일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에 출연해 “김일성과 이승만은 소련과 미국이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기 위해 데려온 일종의 퍼핏(puppet:괴뢰)”라며 “이 전 대통령을 당연히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며 입에 거품을 머금으며 열변을 토했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인 KBS에서,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 과연 이렇게 혹평을 받아도 된단 말인가? 인물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 진실에 근거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한국의 현대사를 논할 때 이승만과 더불어 김일성과 모택동을 빼놓을 수가 없다. 모택동과 김일성은 죽어서까지도 절대적인 권위와 존경을 누리고 있는데 비하며, 유독 우리의 초대대통령만이 일부 학자들로부터 ‘국립묘지에서도 파내야 한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

김일성은 적화야욕으로 6·25전쟁을 일으켜 민족적 재앙을 초래한 장본인이지만, 북한의 영원한 주석으로서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되어 숭배되고 있다.

모택동은 노동자와 농민을 결집시켜 홍군(紅軍)을 결성함으로써 일본을 물리치고, 4년간 내전을 통해 장개석마저 대만으로 축출함으로써 오늘의 중국을 건설한 공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82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30여 년간 중국대륙을 통치하는 동안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은 그의 최대 실수로 평가받는다.

‘대약진운동’으로 무려 4천500만명이 굶주려 죽었으며, ‘문화혁명’기간 중에는 지식인들을 450만명이나 무참히 처단하였다. 그의 말년 행적은 미녀들과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향락과 호사스런 행적은 필설로는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모택동의 실정이나 실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금기로 돼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김일성의 호사스런 ‘기쁨조’나, 모택동의 화려한 궁전 같은 전용열차에서 미녀들에 둘러싸여 자행된 문란한 행적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는 6·25라는 풍전등화의 대한민국을 지켰다.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자유대한민국도 사라졌을 것이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도, 10대 경제 대국도 없었을 것이다.

인물을 평가할 때, 잘한 점과 못한 점을 공정하게 인식해야한다. 과오만 남기면 국가와 민족에 미래 없다. 모든 공적은 다 지워버리고 부정적 의미만 부각시킨다면 어떻게 국가와 민족이 성장할 수 있겠는가. 이승만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인물을 평가할 때는 사실에 근거해 올바르게 판단해야 우리의 미래가 밝아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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