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북진나루 어귀를 막고 있는 풀등을 파내기 위해 청초호로 흘러드는 샛강에 물막이 보를 쌓자 수위가 빠르게 낮아졌다. 거기에다가 갈수기까지 계속 이어지며 북진나루는 현저하게 수량이 줄어들었다. 그러자 며칠 지나지 않아 물속에 암초처럼 숨어있던 풀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자갈이 콩나물 대가리처럼 박힌 모래언덕으로 이뤄진 풀등은 마치 콩떡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았다. 물이 줄어들수록 그런 풀등이 물속에서 자꾸만 튀어나왔다. 북진나루가 분주해졌다.

“상전 완성에 맞춰 끝내야하니 모두들 서둘러야 한다!”

“객주님, 일을 분담해서 해야겠습니다요.”

김상만의 말에 물개가 일꾼들을 각기 나눠야겠다고 말했다.

“풀등만 파내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러면 가래질과 나르기만 하면 될 것을 나누고 자시고 할 게 뭐가 있느냐?”

“풀등만 파낸다고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하는 말씀입니다요.”

“그럼 뭐가 더 할 일이 있다는 말이냐?”

“물이 빠지고 나니 나루 어귀에 풀등이 왜 생기는지 그 원인을 알았습니다요. 그러니 그것도 이번 참에 방비해놔야 후에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요.”

“그 원인이 뭐냐?”

“객주님 저기를 보시요.”

물개가 풀등 너머 남한강 본류에 있는 어은탄 쪽을 가리켰다.

“저 어은탄이 빠르게 휘돌아가며 모래와 자갈을 실어다 나루 입구에 자꾸 쌓는 겁니다요. 그러니 어은탄을 어찌하기 전에는 아무리 풀등을 파낸다 하더라도 소용없는 일입니다요.”

어은탄은 물개가 말하는 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풀등을 만들어 큰배가 북진나루 안쪽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은 이번에 알아낸 것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남한강 본류에서 북진나루로 들어오려면 어은탄 때문에 뱃꾼들이 무진 애를 먹고 있었다. 한양에서 남한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배나 영월에서 내려오는 배나 본류를 따라오다가 북진에 이르러 방향을 틀어 나루터로 들어오려면 어은탄의 빠른 물살이 배 옆면을 치기 때문에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곤혹스러울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배가 전복될 위험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상류에서 내려오는 배는 어은탄 물살을 따라 내려오며 서서히 방향을 틀어 들어오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그러나 하류에서 거슬러 올라오는 배가 북진나루로 들어오려면 어은탄의 물살을 직격으로 받아야 했기에 익숙한 뱃사람도 진땀을 빼기 일쑤였다. 그것이 뱃사람들이 북진나루를 피하는 큰 이유였고, 그 때문에 북진이 청풍의 읍진나루에 뒤처지는 까닭이 되기도 했다.

“저 어은탄을 어찌 한다…….”

김상만이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한편으로는 기가 꺾이기도 했다. 순조롭게 진행된 일이 없었다. 무슨 일이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또다시 문제가 터지고, 그것을 해결하고 나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그러니 김상만으로서는 지칠 만도 했다.

“객주님, 풀등이 또 쌓이는 걸 방지하려면 저기 모래톱과 풀등이 이어지는 곳에 석축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요. 풀등을 파내고 나면 골이 생겨 모래톱과 자갈이 어은탄 물에 더 잘 쓸려 내릴 것 같습니다요!”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석축만 만들 수 있다면 풀등이 쌓이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어은탄 물살도 줄일 수 있어 두 가지 고민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기는 한데 석축을 쌓을만한 돌을 구하는 것도 문제고 그 돌을 옮길 인력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

땅바닥에 돌을 쌓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풀등을 퍼낸 강바닥에 돌을 쌓는 일이었다. 더구나 석축을 쌓는 일은 보통 공력과 품이 드는 일이 아니었다. 땅에서 하는 몇 배의 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 많은 인력을 동원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북진에서는 여러 일들이 겹쳐 일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는 형편이었다.

“객주님, 일단 풀등을 파낼 일과 석축 쌓는 일로 나누고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방안을 찾아보지요.”

막막해하는 김상만을 보며 물개가 말했다.

“일단 풀등을 파내는 일은 내가 맡아서 할테니, 석축을 쌓는 일은 동몽회원들이 책임지거라.”

두 가지 중 어떤 일도 힘들지 않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무거운 돌을 날라야하는 석축 쌓는 일은 힘 좋은 젊은 동몽회원들이 적격이었다. 자갈과 모래가 대부분인 풀등을 파내  옮기는 일은 큰 힘을 쓰지 않아도 되니 샛강을 막던 일꾼들과 마을사람들을 동원해도 별 무리가 없겠다는 김상만은 했다. 그렇게 북진나루를 확장하는 공사는 시작되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