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얼마 전 홍명희문학관 건립방안 연구 발표에 참여하기 위해 괴산군청을 다녀왔다. 괴산에 홍명희문학관을 건립하겠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첫 용역 결과 발표회였다. 문학관 건립의 여부를 떠나서 20여 년 홍명희문학제를 이끌어 온 충북작가회의와 사계절출판사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막상 참여해 보니 절차상의 문제는 둘째 치고 문학관 건립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하나도 없었고 더욱이 전몰군경유족회 등 보훈단체의 반발도 심해 난항이 예견되었다.

단순히 절차상의 문제로 홍명희문학관 건립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아니다. 홍명희문학제를 처음 접한 것이 2005년이니 13년의 세월을 함께 했다. 돈이 생기는 일도 명예가 생기는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 빨갱이로 몰려 명예를 훼손당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왜 홍명희문학제에 계속 참여할까. 처음 참여할 때부터 홍명희 선생과 소설 임꺽정을 대하는 사람들의 순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홍명희문학제는 그의 고향인 괴산에서도 정치적, 이념적 논쟁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괴산에 정착하지 못하고 청주에서 파주에서 서울에서 문학제를 개최하는 등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지원금조차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마다 사계절출판사 그리고 충북작가회의는 기꺼이 쌈짓돈을 모았다. 홍명희문학제는 돈이 있다고 개최하고 돈이 없으면 그만두는 일련의 행사와 달랐다. 마땅히 당대 최고의 장편소설인 ‘임꺽정’을 세상에 알려야 할 책임이 있었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혼란한 해방정국의 훌륭한 지도자였던 홍명희 선생을 기려야 할 책임이 있었다. 한 번도 허투루 행사를 준비한 적 없었으며, 한 번도 행사를 준비하며 후회한 적도 없었다. 결코 능력이 없어 문학관을 짓지 못했고 문학상 지정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돈만 있으면 다 된다는 생각은 가장 위험한 발상이다.

보은의 오장환문학제와 충주 권태응문학제 그리고 홍명희문학제는 충북작가회의가 작고문인을 발굴하고 문학제를 추진한 행사다. 오장환문학제는 생가문학제를 시작으로 오장환 시인을 발굴하고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해 연구하고 기리는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보은 회인에 오장환문학관이 건립되었고 생가가 복원되었다. 그리고 보은군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문학제의 규모가 커졌다. 그러면서 충북작가회의는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었고 유명 연예인이 문학제 개막식에 와서 노래를 한다.

올해 충주 권태응문학제와 관련하여 정부 기금이 마련되었다. 충주시는 중원문화재단에 사업을 위임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문학제를 진행해온 충북작가회의는 추진위원회의에 참석하여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원문화재단은 협의도 없이 행사를 재단하여 일방적인 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홍명희문학제도 이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지를 마련하고 관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면 홍명희문학관은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벽면에 초상화를 붙이고 책을 전시하고 영상을 만들고 체험장을 만들었다 치자. 그래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문학제와 문학관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홍명희와 관련된 풀지 못한 숙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긴 시간을 두고 차근히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욱이 홍명희문학관 건립을 지역 경제 발전과 연계하는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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